“전 오히려 걱정이 앞서네요.”
자식이 너무 잘 해도(?) 걱정인 게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기성용(19·서울)의 아버지 기영옥씨는 “최근 아들의 맹활약이 반갑지 않느냐”고 묻자 “오히려 그 반대다”고 답했다. 어린 나이에 반짝 스타로 떠올랐다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 우쭐해져 실력이 정체돼버린 유망주들을 무수히 봐왔기 때문. 기성용이 대표팀에 선발된 후에도 “축구 선수 이전에 먼저 예의바른 후배가 돼야한다”고 늘 ‘실력’보다 ‘인성’을 강조했다.
그는 요즘 아들에게 전화하기 위해 휴대폰을 열었다가도 다시 닫기가 일쑤다. 자신의 관심이 아들에게 부담으로 느껴질 것을 염려한 까닭이다.
최근 아들 목소리를 들은 건 11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기성용이 환상적인 왼발 발리슛으로 선취골을 터뜨리며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을 때 단 한 번 뿐. 그마저도 “오늘 수고했다”는 한 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늘도 아직 통화 못했습니다. 경기 끝나고 해봐야죠. 그나저나 (기)성용이도 그렇지만 오늘 경기를 잘 해서 한국축구 위기란 말 좀 들어갔으면 좋겠네요.” 아들 걱정, 한국축구 걱정에 기영옥씨는 관중석에 앉아서도 좌불안석이다.
상암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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