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이창호의승부수

입력 2008-10-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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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가 ‘뿔’났다. <실전> 흑1은 비세를 의식한 승부수이다. 아래쪽을 면도칼처럼 도려내면서 공격의 가능성을 엿보겠다는 뜻이다. 이창호는 좀처럼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사람이다. 설탕물처럼 묽은 수들을 묶어 가랑비처럼 이겨가는 스타일이다. 언제 지는 줄 모르게 지는 상대방으로선 당혹스러운 일이다. 병인을 모르는 병은 현대의학으로도 손을 쓸 수가 없다. 그런 이창호가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은 그 만큼 바둑이 좋지 않다는 얘기이다. 안 던져서 그렇지, 막상 던지면 제대로 던진다. 이창호의 승부구에 노스트라이크 쓰리볼에서 삼진아웃 당한 고수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백6으로 젖혔다. 흑은 백이 <해설1> 1로 끼워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흑2로 단수친 뒤 4로 늘어간다. 흑은 집으로 이득을 보고, 하변은 하변대로 계속해서 공격해갈 수 있다. <실전> 흑13으로 끊어야 하는 이창호의 마음이 찔린 듯 아프다. <해설2> 흑1로 그냥 넘을 수는 없다. 백은 2를 둘 것이다. 백8까지 흑은 대책이 없다. 지면 관계상 이후 수순을 보여드리진 못하지만 홍성지의 그림 같은 진행으로 십여 수만에 승부가 가려졌다. 홍성지가 이창호를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홍성지는 남자보다는 여자프로를 대거 배출한, 그래서 ‘여인천하’를 군림 중인 김원도장 출신이다. 홍성지는 어려서부터 ‘누님’들의 귀여움을 잔뜩 받으면서 자랐다. 지난해부터 부쩍 성적이 좋아진 홍성지.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 위해선 ‘잘 보일 수 있는’위치에 올라서야 한다. 이창호를 꺾고 한국물가정보배 4강에 올랐다. 홍성지의 시대가 한 걸음 가까워졌다.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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