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 TALK]김민선“미인도못잡았다면한국떠났을뻔”

입력 2008-10-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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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여고괴담2’…2008년엔‘미인도’…행운은10년마다?
영화 ‘미인도’의 주인공 김민선과 술 한 잔을 약속했다. “어디가 좋을까요?”란 물음에 “‘미인도’가 사극이니까 전통주 어떠세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서울 삼청동 언덕에 있는 작은 한옥 식당으로 약속을 정했다. 한번도 가보지는 않았지만 고즈넉한 한옥의 운치가 혜원 신윤복과 몇 달을 함께 한 김민선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하지만 아뿔싸! 약속 날 문을 열고 들어간 이 식당은 겉은 고풍스러운 한옥인데, 메뉴가 모두 일식이다. “삼청동에서 정말 유명한 집이다”(실제로 가정식 일식정식으로 유명하다며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얼버무리며 “그래도 우리 전통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애써 둘러대며 마주 앉았다. 술은 몸에 좋다는 복분자로 정해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가을 밤 정취를 함께 했다. 김민선의 주량은 본인의 말을 직접 빌리면 “한 잔 먹으면 진짜 사망이에요”. 하지만 상대에게 권하고, 장단을 맞추고, 분위기 살리는 솜씨는 어떤 주당 부럽지 않았다. 식성도 새처럼 조금 먹다 마는 여느 여배우와 달리 “맛있다”를 연발하며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사실 그녀는 이날 맘이 그리 여유로울 가 없었다. 개봉을 불과 보름 정도 앞둔 날이었기 때문. 특히 ‘미인도’는 ‘김민선의 파격적인 노출 수위는 관연?’으로 입에 오르고 있었다. 이제 나이 서른, 데뷔 10년. 배우 인생의 승부를 건 작품 공개를 앞두고 이러쿵저러쿵 받는 오해. 그리고 술잔을 마주친 사람은 아픈 곳 시원한 곳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으로 월급 받는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 없이 툭 튀어나온 첫 질문도 하필 ‘서른’, 나이에 관한 것이었다. - ‘여고괴담’의 풋풋한 신인이 벌써 서른이 됐다. 물론 만으로 따지는 연예인 나이는 아직 스물아홉이지만 30대가 된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마무리와 시작을 함께 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전 큰 언니를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큰언니가 가장 어른으로 보였고, 멋있어 보여 언니처럼 돼야겠다는 마음으로 따라갔어요. 하지만 이제, 서른부터는 저 만의 길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일적인 면에서도 더 이상 20대 여배우가 아니잖아요.” -그런 면에서 ‘미인도’가 주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우연의 일치인지 데뷔 역시 딱 10년이 됐다. “그동안 제 나름대로 갈고닦았던 것을 맘껏 펼치고 싶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그래 신윤복의 아픔을 내 몸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이에요. 배역을 보며 그런 맘이 들었던 건.” - ‘미인도’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표출을 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 찾았을까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 것 같아요. 왔을 때 잡고 싶었어요. 안 되면 어디 외국에 나가 어학 공부를 좀 하고 돌아올 생각이었죠” - 매니저가 대신 애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배우가 캐스팅 때문에, 특히 민선 씨 정도 경력이 있는 배우가 먼저 꼭 시켜달라고 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신인 시절 선배들이 배역을 따내려고 전력질주 하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어요. 배우의 자존심은 그런 것 같아요. 역할에 최선을 다 할 때 지켜지는 게 진짜 자존심이 아닐까요.” 이제 ‘노출’에 대해 질문을 꺼낼 시점이다. 술잔까지 놓고 마주한 여배우에게 노출에 관한 질문은 역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술잔을 한 번 더 부딪히고 입을 열려고 할 때 김민선이 먼저 “노출”이라는 단어를 말했다. “시나리오 읽고 느낀 신윤복의 마음을 제가 관객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림도 배웠고 노출도… 그림 때문에 여성를 포기하고 살던 그녀의 고통, 그리고 숨어있던 여성을 다시 찾는 장면에 노출이 꼭 필요했어요.” - 여배우에게 분명 부담도 있었을 텐데. “분명 제게도 있죠. 하지만 저보다는 관객들이 더 걱정되요. 노출에만 관심을 갖고 영화를 보면 많은 것을 담아갈 수 없잖아요. 혹시 ‘언제 나올까, 언제 나올까’ 그렇게 기다리며 영화를 보면 눈에 다 안 들어올 수도 있어요.(웃음)” “‘이게 끝일까? 이게 끝일까?’도 역시 큰 문제다” 등 농담을 주고받으며 김민선과 가장 예민할 수 있는 노출에 대한 대화도 유쾌하게 풀었다. 그리고 복분자주를 몇 차례에 걸쳐 소주잔으로 삼분의 1잔 정도 들이킨 김민선은 취기가 올랐는지(?)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여고괴담’ 5탄 오디션이 열리고 있다. 민선씨를 비롯해 박진희, 김규리, 최강희, 공효진, 박예진, 송지효, 조안, 박한별, 김옥빈, 서지혜까지. 여고괴담은 여자 스타의 요람이다. “사실 전 ‘여고괴담’ 오디션에 떨어졌었어요. 1편에서 처음 떨어졌어요. 오디션을 봤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죠. 그리고 2편 때 다시 도전했는데 역시 떨어졌죠. 그런데 영화사에서 다시 한번 나오라는 연락이 왔어요. 그래도 다 끝난 오디션으라고 들어서 큰 기대 안했죠. 그런데 며칠 뒤에 느닷없이 연락이 왔어요. 함께 촬영 들어가자고.” - ‘미인도’ 캐스팅 확정됐을 때와 비교해도 그 때가 훨씬 좋았겠다. 첫 영화니까. “글쎄요. 비슷해요. ‘미인도’도 정말 뛸 듯이 기뻤어요. 만약 떨어졌다면 제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하고 바로 비행기표 끊었을 것 같아요. 10년 전 ‘여고괴담’,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미인도’가 놓칠 수 없는 행운이었어요. 만약 놓쳤다면 다시 10년이나 지나서 행운이 왔겠죠. 10년이나 기다릴 수 있었을까요? 그래서 진심으로 기뻤습니다.(웃음)” 짧다면 짧을 수 있고 길면 정말 길 수 있는 세 시간. 김민선과 악수를 나누며 헤어졌다. “많이 웃을 수 있어 기뻤다”고 말하는 그녀와 인사를 나누며 “아니 이렇게 잘 드시는데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라고 물었다. 김민선은 “사실 그게... 오늘 약속때문에 살들을 집에 두고 왔어요. 하하하”. 크게 웃으며 ‘한옥 일식집’을 함께 나섰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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