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동양화삼매경’…여우의자존심붓으로지킨다

입력 2008-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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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피나는노력의결실‘그림신’대역없이직접연기
“배우의 진짜 자존심을 지키려구요.”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과 김홍도가 등장하는 또 다른 작품 영화 ‘미인도’(감독 전윤수 제작 이룸영화사)의 김민선은 요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배역을 따내기 위해 영화 캐스팅이 확정되기 전부터 시작했던 동양화 공부가 어느새 그녀의 새로운 취미가 된 것. 영화 ‘미인도’에서 혜원 신윤복을 연기한 김민선은 최근 낙관을 위한 호도 정하고 격식을 갖춰 동양화를 그리고 있다. ‘미인도’의 신윤복은 그림을 위해 남장을 한 조선시대 천재화가. 여배우라면 누구나 욕심낼만한 역할이지만 파격적인 노출 연기가 필요해 그만큼 부담도 큰 배역이었다. 그런데 김민선은 감독에게 먼저 꼭 출연하고 싶다고 말한 뒤, 캐스팅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림을 배우며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배우경력 10년.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연급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배우가 아직 캐스팅도 확정되지 않은 역할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다. 김민선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배우에게 필요한 진짜 자존심은 그런 게 아니라고 배웠다. 신인시절 선배들이 맡고 싶은 배역을 따내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다. 배우의 자존심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 할 때 지켜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선은 그림 지도를 맡은 홍익대학교 최순녕 교수가 깜짝 놀랄 정도로 6개월간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며 동양화를 익혔다. 이제 보지 않고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을 모사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 배우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전력투구한 그녀는 결국 ‘미인도’에서 파격적인 노출이 필요한 베드신과 함께 천재 화가 신윤복이 그림을 그리는 장면도 역시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 김민선은 전문가 수준이라는 주변의 평가에 대해 “아직 많이 모자란 아마추어 실력이다”고 수줍어하며 “처음에는 붓이라도 제대로 잡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동양화의 매력에 푹 빠져 계속 그리고 있다. 기회가 있으면 전시회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것은 낙관을 위한 그녀의 호가 신윤복과 같은 혜원이라는 점. 자신과 그림을 인연 맺게 해준 신윤복이란 인물에 대한 존경심과 동경 때문이다. 김민선은 얼마전 뜻깊은 선물을 받았다. 최순녕 교수가 그녀에게 혜원이란 이름의 낙관을 선물한 것. 김민선은 “교수님이 모든 것을 바쳐 그린 그림에만 찍으라고 해 아직 한 점 밖에 낙관을 찍지 못했다. 영화를 촬영하며 그림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고 기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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