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부친상랜들“첫KS승아버지보고계신가요?”

입력 2008-10-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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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경문 감독은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 앞서 “왜 우리 팀엔 거사를 앞두고 항상 슬픈 일도 같이 생기는지 모르겠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플레이오프 직전 부친상을 당한 김민호 코치 얘기는 아니었다. 사실상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인 투수 맷 랜들(31·사진)도 아버지를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 직전, 랜들은 폐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해 잠시 건강이 호전되면서 아들을 보러 한국을 찾기도 했던 아버지는 최근 병세가 악화돼 거동조차 불편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재도전을 준비하던 두산은 당장 세 번째 선발조차 고민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래서 랜들마저 빠지면 대안이 없었다. 랜들이 미국 아이다호에 있는 고향집에 전화를 걸자 아버지가 말했다. “계속 남아서 끝까지 던져라.” 결국 비보가 전해진 건 22일, 랜들이 플레이오프 5차전을 승리로 이끈 다음날이었다. 차마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한 채 속병을 앓던 랜들은 6차전 직전 구단에 이 사실을 전했다. 그러나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조심스레 묻는 구단 관계자를 향해 랜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한국시리즈에 나가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는 그저 하루만 쉴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슬픔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26일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랜들이 선발투수로 나섰다.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가슴에 묻은 채로. 1회부터 역투가 펼쳐졌다. 2회 첫 타자 김재현에게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얻어맞긴 했지만 3회 2사 1·3루와 5회 1사 1·3루 위기를 무사히 막아냈다. 5.1이닝 3안타 3볼넷 1실점. 경기 후 수훈선수로 인터뷰장에 들어선 그는 구단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질문은 받고 싶지 않다”고 양해를 구했다. 잔뜩 상기된 얼굴 위로 수많은 감정이 스쳐지나가는 듯 했다. 그는 다만 “김경문 감독이 ‘SK를 넘어야 우승할 수 있다’고 말했던 걸 생각하면서 경기 중에 더 집중했다”고만 했다. 김 감독은 “랜들이 1점만 내주고 5회까지 잘 끌어준 게 승리의 포인트였다”고 덧붙였다. 문학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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