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다이어리]“광현이를500억에팔면…”괴짜사장님‘엉뚱한발상’

입력 2008-10-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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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못말리는SK신영철사장
“왜 일본에서 김광현 영입을 생각 안하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요미우리 사장이라면 2년 임대에 500억 주고 시도해볼 텐데. 밑지는 장사 아닙니다. 광현이 데려가면 한국 방송의 중계권 챙길 수 있고, 우승도 할 수 있잖아요. 또 임대이니까 광현이도 2년간 선진 야구 배워오면 한국야구와 SK에도 이득이 아닐까요?” SK 신영철 사장(사진)이 27일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하일성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과 담소하다 불쑥 꺼낸 김광현 500억원 가치론입니다.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신 사장은 생각의 속도와 스케일이 이런 사람입니다. 그의 행적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구단 사장의 이미지를 한참 벗어납니다. 징크스를 지킨다고 SK의 빨간 점퍼를 입고 다니고, VIP석을 마다하고 관중석에서 선수단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합니다. 게임 내용이 마음에 안 들면 경기 중간에 가버리기도 하고, 게임 중간에 파이팅 사인을 벤치에 보낸 적도 있습니다. 사장 부임 첫해인 2005시즌 SK가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자 삭발을 한 일화는 유명하지요. 젊은 시절 복싱을 잠깐 했던 사람답게 “파이터”라고 자인하는 다혈질이지만 SK 야구단 지원은 속된말로 “팬티까지 벗고” 도와준다는 평판입니다. 역시 만만찮은 캐릭터인 김성근 감독과 불화 없이 공존하는 걸 보면 신기할 정도죠. (SK의 정규시즌 1위 확정 뒤 맥주파티에서 신 사장이 김 감독의 볼에 뽀뽀하는 사진도 있었죠.) 어떤 면에서 신 사장은 한국의 마크 큐반(NBA 댈러스 구단주)에 비견됩니다. 기행만 닮은 꼴이 아니라, 비인기 하위구단 댈러스를 단기간에 명문구단으로 만들어낸 추진력과 아이디어까지 본다면 말이죠. 실제 2년 연속 정규리그 1위와 홈 관중 65만명 돌파는 부정할 수 없는 그의 유산입니다. 단지 경기력만 끌어올려서가 아니라 연간회원권 판촉, 문학구장 인프라 개선, 지자체와의 연계 등 마케팅 전술의 승리이기도 합니다. SK 스포테인먼트가 성적지상주의에 찌든 한국 프로스포츠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런 신 사장이 롤 모델로 삼는 팀은 뜻밖에도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의 만년 꼴찌 라쿠텐입니다. 라쿠텐처럼 팀 성적이란 변수에 영향 받지 않고, 수익모델을 창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신 사장은 “언젠가 내가 떠나도 SK에 시스템과 컬러를 심어놓고 싶다”고 합니다. SK의 성공은 장인 김성근과 괴짜 신영철의 합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PS. 신 사장은 배영은 기자의 ‘가을이야기’를 아침마다 챙겨 읽는답니다. 신 사장이 강조하는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어서라네요. 향후 SK 선수들의 프로모션 방향이 기대됩니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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