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개혁파유창혁

입력 2008-10-2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실전> 흑1로 젖힌 이상 백6까지는 초심자도 알고 있는 진행이다. 이때 떨어진 흑7. 이세돌스러운 감각이지만 결과는 어떨지. <해설1> 흑1로 단수를 치고 백2에 3으로 잇는 것이 교과서적 진행이다. 하지만 이세돌의 심중에는 백4의 침입이 싫었는지 모른다. 자칫 우변이 크게 다치는 수가 있다. 전만은 못하다 해도 상대는 유창혁이다. 몸싸움에서 일방적으로 우위를 지킬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흑이 손을 뺀 이상 백이 <실전> 8로 는 것은 당연하다. 흑은 9로 지켜 우변을 집으로 확보했다. 대신 중앙의 권리는 백에게 양도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백이 10으로 끼우면서 전장은 좌하귀로 옮겨졌다. 어려운 수순은 없다. 쌍방 모두 쉽지만 당연한 수순으로 맞선다. 그런데 흑19로 막은 수가 이상하다. 그것도 그냥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엄청’ 이상하다. <해설2> 흑1로 호구를 칠 자리. 역시 백은 2로 두어야 한다. 이래놓고 3 정도로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일감이다. <실전>은 흑19로 두는 바람에 흑이 반 수 이상 논 꼴이 됐다. 초반은 이세돌의 이상감각으로 백이 편하게 두고 있다. 요즘 바둑계에서 ‘유창혁’의 이름은 ‘개혁’의 이름처럼 불리고 있다. 한국기원 이사이기도 한 유창혁 9단은 최근 프로기전에 상금제를 도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상금제의 도입은 보수파와 개혁파의 첨예한 대립각 위에 놓인 손을 델 듯 뜨거운 감자이다. 유 9단의 시도는 팬들로부터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상금제 도입은 기전 개혁의 첫 삽이다. 작은 출발이지만 100층 마천루도 첫 삽을 뜨지 않고서는 그림 속의 바벨탑일 뿐이다. 바둑판 밖에서도 그의 행마는 천재적인 감각으로 번뜩이고 있다.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