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두산꺾고3연승…‘우승, 1승남았다’

입력 2008-10-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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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의 한국시리즈 전략은 아무래도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 SK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지금까지 죽도록 연습했던 뛰어난 수비야구, 기본기 야구를 앞세워 두산을 4-1로 제압하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 2년 연속 우승까지 이제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정규시즌 실책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그러나 수비력에 있어서는 8개 구단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모순적인 팀 SK다운 경기가 결정적인 순간에 팀의 득점을 연결시키고, 상대의 실점을 막아내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1회말 선두 이종욱의 좌측 라인 타고 흐르는 타구를 선상에 붙어 수비를 하던 박재상이 편안하게 잡아내며 수비를 시작한 SK는 1-1동점이던 3회말 1사 2루에서 이종욱의 우익수 앞 떨어지는 타구를 정근우가 박재홍의 수비위치까지 뛰어가 베어핸드 캐치로 잡아낸 뒤 2루로 던져 벌써 홈까지 다다라있던 전상렬을 잡아내며 슈퍼 플레이의 진수를 선보였다. 공격에서는 2-1로 간신히 앞서있던 7회 1사 1,2루에서 이진영의 유격수 땅볼 병살타 성 타구 때 1루에서 2루로 달리던 김강민이 2루수 고영민의 송구를 교묘하게 방해하는 빼어난 슬라이딩으로 고영민의 1루 악송구를 유도해 1점을 더했다. 3차전에서 결승 투런 홈런을 때려냈던 최정은 경기 초반 채상병의 깊숙한 땅볼, 김동주의 얕은 땅볼을 연달아 바운드를 맞춰 잡아갔다. 4회말 무사 1루에서는 김현수의 좌익 선상 빠져나가는 강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정확한 위치 포착으로 잡아낸 뒤 2루로 뛰던 고영민까지 더블 아웃시키는 등 김현수의 라이너 타구를 2개나 건져내 SK의 아웃카운트도 늘리고, 두산의 심장 김현수의 부진도 이어가게 하는 일석이조의 재미를 맛봤다. 최정은 공격에서도 동점이던 4회 1사 1루에서 김동주 옆을 빠르게 꿰뚫는 2루타로 1루에 있던 박재홍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이틀 연속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SK의 송은범, 두산의 랜들이 맞붙은 한국시리즈 4차전. 4선발과 에이스의 맞대결은 누가봐도 랜들을 내보낸 두산의 우위가 엿보였다. 2승 1패로 한 발 앞서있던 김성근 감독도 이 경기는 송은범에 이어 가득염, 이영욱, 김원형 등 아직까지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았던 투수들을 기용해 연투하던 투수들을 쉬게 하고, 남은 투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하며 숨 고르는 경기로 나갈 인상을 심어줬다. 그러나 예상외로 투수진들이 두산 타선에 잘 버텨주고, 공격도 적시에 쉽게 득점을 해내자 6회 정우람을 시작으로 조웅천, 이승호 등의 이기는 경기 투수들을 기용하기 시작해 막판에는 2차전 선발 채병용까지 투입하며 손에 들어온 시합을 이기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 나갔다. 전날 11안타 2득점, 이날 7안타 1득점. 두산의 타격 감각은 전혀 나쁘다고 할 수 없었다. 다만 SK 전력 분석팀이 점지해 준 곳으로 골라가며 공을 때리는 통에 적시타가 나오질 못했다. 두산의 타구가 가는 길엔 언제나 녹색의 그라운드가 아닌 빨간 옷의 선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날 6회 2사 만루에서 조웅천에게 풀카운트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던 유재웅은 4차전에서도 8회 채병용에게 풀카운트에서 삼진을 당해 공격형 외야수의 가치를 전혀 살려주지 못했다. 랜들은 7이닝 3실점으로 올해 포스트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패전투수의 멍에 뿐 이었다. 9번 전상열에서 3번 김현수까지 4명 연속 좌타자에서 3차전 오재원과 고영민을 맞바꾸고 4차전 다시 전상열을 8번으로 올리며 좌타자 집중도를 줄이고자 노력했던 김경문 감독은 승부의 키가 돼줘야 하는 이종욱과 김현수가 9타수 무안타로 나란히 부진에 빠져 아무런 힘도 써보지 못하고 SK에게 3연패, 지난해부터 한국시리즈 잠실 경기 5연패의 수렁에 허우적댔다. 김성근 감독은 아예 상위 타순의 좌타자 대신 6번 오재원 타석에서 이승호를 내세우는 작전을 써 7회 무사 1,3루의 위기를 단 1점의 실점도 없이 막아냈다. 올 시즌 잠실에서 열리는 프로야구의 마지막 경기, 하지만 두산이 패한다면 한국 야구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는 한국시리즈 5차전. SK는 나흘을 쉰 에이스 김광현이, 두산은 사흘 휴식만에 마운드에 오르는 김선우가 각각 선발로 내정됐다. 벼랑 끝에 몰린 두산으로서는 이래저래 쉽지 않은 승부가 될 전망이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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