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기보10장외우면1급

입력 2008-10-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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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고수의 기보 10장을 달달 외우면 1급이 된다’는 비법이 유행한 적이 있다. 1급의 벽을 단박에 넘어 보고자 하는 상급자로부터 까마득한 9급에 이르기까지 너도나도 프로의 기보를 손에 들고 영어사전 뜯어먹듯 맹렬정진하던 시절이었다. 이 방법을 통해 1급에 도달한 사례가 없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주변에서는 보지 못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본즉 결론은 하나였다. 결국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진부한 논쟁이 아닐까. ‘고수의 기보 10장을 달달 외우면 1급’이란 말은 거짓이 아니다. 다만 이렇게 바꿔 말해보고 싶다. ‘고수의 기보 10장을 달달 외울 수 있다면, 그 사람은 1급’이라고. 당시 이 방법은 수많은 ‘포석의 고수’를 양산해 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력 수준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는 수순을 외울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이다. 그러다 보니 수 십 장의 기보를 초반 포석만 달달 외우게 되는 것이다. 본인 역시 이 방법을 시도했던 바, 5급 하수 시절에도 ‘포석은 1급’이란 소리를 듣고 다녔다. 혹시 포석에 대단한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방법을 권한다. 물론 진짜 1급은 되기 어려울 것이다. 혹시 성공한다면 부디 연락주시길. <실전> 백3으로 뛰어든 수를 국후 이영구가 후회했다. 눈이 상변을 향해야 했다는 것. <해설1> 백1로 붙이고 한바탕 싸워야 했다. <실전> 백3에 흑은 4로 붙여 변화를 구했다. <해설2> 흑1을 생각했다면 자신의 감각을 의심해 봐야 한다. 백은 2·4로 살살 기면서 집을 늘릴 수 있는데 비해 흑은 얻을 게 없다. 이렇게 두어 줄 흑은 없다. 이 바둑이 두어지기 전, 홍성지는 이영구에게 5전 전패를 당하고 있었다. 천적이다. 아무리 ‘기록은 숫자일 뿐’이라고 하지만 이쯤 되면 두기도 전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이영구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 보인다.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글|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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