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손’‘약발’콜!이운재·박주영대표팀재승선

입력 2008-11-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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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데뷔2호골박주영사우디격파전의…1년만에돌아온이운재“조국위해백의종군”
골키퍼와 최전방 공격수, 축구에선 유독 고독한 포지션이다.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최후의 보루가 골키퍼의 손이라면, 승리를 위한 득점은 최전방 공격수의 발에서 마무리된다. 하지만 3일 발표된 25명의 국가대표팀 명단에서 이운재(35·수원)와 박주영(23·AS모나코)이 눈에 띄는 것은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언제나 그들 차지일 것만 같았던 대표팀 유니폼. 하지만 나름의 이유로 그 동안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두 남자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0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11월 19일)을 앞두고 돌아왔다. ○대표팀에서도 부활하라(박주영) ‘축구천재’에서 ‘축구천재였던 선수’로 수식어가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5년 6월 3일 우즈베키스탄과의 A매치 데뷔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역시 박주영’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그해 K리그 신인왕까지 거머쥘 때만 해도 박주영의 미래는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그러나 유독 올해는 시련의 연속. K리그와 대표팀을 부지런히 오가면서도 골다운 골을 기록하지 못했고, 축구계 안팎의 비난을 오롯이 감내하는 것이 그의 일과 중 하나가 돼 버렸다. 이런 박주영에게 해외 진출은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8월 프랑스 리그에 진출한 후 데뷔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예고했고, 그로부터 꼭 50일 만인 3일 리그 12라운드 리아브르전에서 고대하던 두 번째 골을 기록하며 진가를 알렸다. 프랑스 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아직은’ 이라고 고개를 가로젓던 허정무 감독도 이번에는 주저 없이 그를 불러들였다. 6월 북한과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이후 4개월 만에 대표팀에 재승선한 박주영은 이제 한국의 원정 무덤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격파를 위해 축구화 끈을 다시 한 번 바짝 조여 매고 있다. ○“이제는 백의종군”(이운재) “형, 작년 이맘때하고 이렇게 차이가 나네요.” 1년 만에 대표팀에 발탁된 이운재(35·수원)가 지인에게 가장 먼저 던진 말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아시안컵 음주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다.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이라는 경력과 한국 최고의 거미손이라는 타이틀이 단 하루 만에 무너져 버렸다. 그 일이 있은 후 이운재는 필드 위에서 어떤 때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다. 그가 흘린 땀방울은 경기장 안에서 빛을 발했다. 올 시즌 K리그 36경기에 출전, 26점을 허용하며 경기당 0.72의 실점률이다. 힘들었던 1년 동안 그의 든든한 동반자는 아내 김연주씨였다. 남편을 원망하기보다 남편을 감싸주지 못하는 냉랭한 사회 분위기에 더 마음 아파했던 그녀. 이제 이운재는 1년 만에 되찾은 대표팀 유니폼을 아내와 갓 태어난 셋째(아들) 앞에서 자랑스레 펼쳐 보일 수 있게 됐다. 한 때는 대표팀의 카리스마 넘치는 주장이었지만 이제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골키퍼 역할을 자청하고 나설 참이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의 주역은 자신이 아닌 어린 후배들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 대표팀에 뽑힌 후 ‘과연 내가 들어가는 것이 대표팀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를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후배들의 앞길을 터주겠다고 그는 또 한 번 다짐했다. 윤태석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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