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전성기’최태욱의‘사부곡’

입력 2008-11-23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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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을 만난 것은 참 다행이었습니다." 오랜 길을 돌아온 제자는 자신을 일으켜 세워 준 스승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표현했다. 프로축구 전북현대의 측면 공격수 최태욱(27)에게 최강희 전북 감독(49)은 아버지 같은 존재다. 올 시즌 포항스틸러스에서 이적, 전북의 새 식구가 된 최태욱은 최 감독의 속을 무던히도 썩였다. 장기간 부진을 이어온 오른쪽 측면 공격수 김형범(24)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한 그였지만 플레이는 너무 얌전했고 자신감도 없었다. 최 감독은 선수단 숙소에서 최태욱을 따로 불러 타이르기도 했고 격려도 했지만 그의 기량은 좀처럼 살아날 줄 몰랐다. 최 감독은 취재진을 만날 때마다 "최태욱이 빨리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곤 했다. 고심 끝에 최 감독은 펜을 들었다. 평소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잘 하지 않는 지도자로 알려진 최 감독은 편지에 최태욱에 대한 기대감과 그가 예전의 기량을 찾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부진을 거듭하던 최태욱의 마음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는 후반기 전북 상승세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하며 ´제2의 전성기´를 서서히 만들어 갔다. 23일 오후 2시 팀의 사활이 걸린 성남일화와의 삼성하우젠 K-리그2008 6강 플레이오프에서 그는 0-1로 끌려가던 후반 30분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고, 결국 전북은 연장전반 터진 루이스(27, 브라질)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부평고 시절, 폭발적인 스피드와 칼날 크로스 등으로 이천수(27, 수원), 박용호(27, 서울) 등과 함께 ´3인방´으로 불렸던 최태욱은 2000년 안양LG(현 서울) 유니폼을 입고 프로무대에 발을 내딛였다. 이후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고 출전한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다른 선수들에게 밀려 출장기회를 잡지 못했고, 이후 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으나 인천유나이티드, 포항 등 여러 팀을 거치며 옛 명성을 잃어갔다. 그러나 성남전 동점골은 그동안의 아픔을 털어내기에 충분한 골이었다. 이날 경기 후 최 감독은 "(최태욱은)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올 시즌 팀에 와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부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려운 가운데 많이 노력했고 이제 본 궤도에 올랐다. 내년에는 과거에 보여준 기량을 완벽히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최태욱은 "감독님께 편지를 받았을 때는 나 자신도 노력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감독님은 많은 것을 원했고 나는 (원하는 것을)100% 이행하고 싶으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님이 내게 직접적인 언급은 많이 하지 않으셨지만 언론을 통해 여러차례 내 얘기를 하신 것으로 안다. 하지만 아버지 같은 믿음으로 내가 더 잘 되라고 하신 말씀으로 받아들였다"며 "감독님이 원하시는 축구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에 더 열심히 뛰고 싶다"고 말했다. 최태욱은 "시즌 초반에는 내가 생각해도 (내 실력이) 정말 형편없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많은 경험을 들려주시며 격려해주셨다"며 "오늘 경기에서도 ´네 실력은 지금 80%다. 나머지 20%는 그라운드 안에서 찾으라´고 말해주셨는데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던 최태욱은 아내 정혜령씨 이야기가 나오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전주에서 4살, 1살짜리 두 아이를 키우는 아내가 그동안 가장 고생이 많았다. 오늘 제 활약이 아내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성남=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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