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MLB수다]냉정한승부세계…부상관리도실력

입력 2008-11-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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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를 6-2로 승리하고 시끌벅적한 메츠 클럽하우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라커앞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모 선수가 조용히 다가오더니 “담배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의외였던 건 평상시 농담도 많이 하고 장난끼 많았던 그 선수의 얼굴이 꽤나 심각했다는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게임을 이기고 나면 클럽하우스는 파티 분위기인데 유독 그만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한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담배를 찾는 건 더 이상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보다 싶어 담배를 챙겨서 비밀리에 지정된 흡연실(?)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가 한숨을 쉬며 조용히 실토하는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불펜에서 대기하다 몸을 풀라는 지시를 받고 몸을 풀던중 갑자기 어깨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는 겁니다. 다행히 경기에는 투입되지 않았지만 한번 큰 부상을 경험한 그는 어깨부상이 재발한 것이 틀림없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알잖아. 2개월만 더 버티면 연봉조정신청 자격이 주어지는데 뭐 어떻게 해서라도 버텨봐야지.” 실제로 그는 이튿날 피칭훈련이 아닌 타격훈련을 하다가 어깨가 아니라 허리가 아프다며 트레이너실을 찾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어깨부상은 숨기고 싶었던 그의 꾀병 아닌 꾀병 덕분에 결국 그는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슈퍼맨이 아닌 이상 꼭 한번씩 경험하게 되는 부상. 프로선수라면 부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데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피하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의 앞날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2005년 시즌 개막 직전 김병현 선수와 함께 콜로라도 로키스에 합류하면서 밥 아포대카 코치를 만났습니다. 1998년 시즌 보비 밸런타인 감독 밑에서 메츠 투수코치로 일했던 그와 우연히 서재응 선수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중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어쎄오(Jae Seo) 슬라이더 하나는 정말 최고였어.” 당시 체인지업이 아웃피치였던 서재응 선수의 슬라이더는 그냥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아포대카 코치의 설명은 ‘토미존 서저리’ 전에는 아주 다른 투수였다는 겁니다. 나중에 서재응 선수에게도 확인해보니 수술전에는 체인지업이 뭔지도 몰랐다고 하더라구요. 그렇다면 서재응 선수가 98년에 부상도 없었고 수술도 하지 않았다면 과연 어땠을까요? 그리고 박찬호 선수가 택사스로 옮기면서 몸상태가 좋았다면 지금쯤 200승투수가 돼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김병현 선수가 애리조나에 있을 때 프레스턴 윌슨의 부러진 방망이에 맞지 않고 피했더라면…. 당사자들은 절대 부상 때문이었다고 핑계(?)를 대지는 않지만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정말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릭 피터슨 코치는 오클랜드 코치 시절 자기가 가르친 선수 가운데 어느 한명도 팔이나 어깨 부상을 당한 선수가 없었고 그 부분에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부상을 피하고 또 부상후 신속히 마운드에 컴백하는 것도 선수의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이 메이저리그의 냉정한 현실이라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er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 직원을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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