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골프장은‘때아닌부킹전쟁’

입력 2008-12-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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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따뜻한날씨덕분…“동남아대신제주로”
제주도 골프장들이 모처럼 활기를 띠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10월 이후 계속된 환율 상승과 12월에도 따뜻한 기온 덕에 제주도를 찾는 골퍼들이 예년에 비해 부쩍 늘어났다. ○공항엔 유사골프백 즐비 ‘내것 찾기’ 진풍경 지난달 24일 제주국제공항 1층에는 비행기에서 방금 내린 골퍼들로 북적였다. 삼삼오오 팀을 이뤄 제주를 찾은 골퍼들은 각자의 골프백을 카트에 실고 재촉하듯 청사를 빠져나갔다. 모처럼 북적이는 통에 공항 청사에서는 웃지 못 할 풍경도 펼쳐졌다. 비슷한 골프백 때문에 가방을 들었다 놨다하며 골프백을 찾느라 바쁘게 움직였고, 어떤 골퍼는 백이 바뀐 걸 뒤 늦게 알고 부랴부랴 골프백을 바꿔가는 일도 벌어졌다. 화장실 앞에서는 황당한 장면도 목격됐다. 골프백을 실은 카트가 줄지어 늘어서 주인을 기다리는 장면이 실소를 자아냈다. 10월 한 달 동안 제주지역 골프장의 내장객은 15만564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5829명보다 34% 늘었다. 특히 외지에서 찾아오는 이용객이 늘었다. 10만1532명으로 지난해 7만829명보다 무려 43.4%가 증가했다. ○엔고 현상 … 일본인 골퍼 발길 이어져 해외 손님도 늘어났다.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인 골퍼들의 방문도 잦아지고 있다.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제주 골프장은 부킹전쟁에 돌입했다. 작년만 해도 항공권만 구입하면 골프장을 예약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올해는 예약을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주말골퍼 허원경 씨는 “모처럼 친구들과 제주 골프투어를 계획하고 일정을 잡았는데 주말에는 예약을 하지 못해 관광으로 대체했다. 작년 상황만 생각하고 미리 준비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사정이 완전히 바뀐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예년 같았으면 해외로 빠져나갔을 골퍼들이 환율 부담 등으로 동남아 대신 제주로 발길을 옮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기준 동남아 골프투어의 상품 가격은 40만 원대부터 출시됐지만 올해는 가장 저렴한 상품이 80만 원부터다.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반면 제주 지역 골프장의 상품은 2박3일 기준 라운드와 숙박을 포함해 30∼40만원(항공료 제외)이면 가능하다. 롯데 스카이힐제주 골프장의 배기륜 팀장은 “모처럼 제주도에 활기가 느껴진다. 작년보다 30% 이상 늘어났다. 4∼5년 전 제주 골프장이 호황을 누리던 때와 비슷하다. 다만, 이런 현상이 환율 급등에 따른 단기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라·경상도는 싼 그린피에 골퍼 ‘북적’ 남도의 골프장도 덩달아 신이 났다. 포근한 날씨 덕도 있지만 수도권에 비해 싼 그린피도 골퍼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데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 골프장의 주말 평균 그린피는 15만원 내외다.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면 좀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군산골프장은 주중 1박2일 기준 36홀 플레이에 숙박과 조식 등을 포함해 20만9000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한번 라운드 하는 비용도 안 되는 금액이다. 수도권에 위치한 N골프장의 주말 그린피는 26만원이다. 나주 골드레이크골프장은 26만9000원부터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36홀 플레이와 숙식, 카트 요금 등이 포함된 가격이다. 고창골프장은 가장 저렴한 15만9000원만 내면 이틀 동안 라운드할 수 있고, 주말(금,토요일)에도 29만9000원이면 신나게 골프 칠 수 있다. 남도 골프장의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엑스골프의 박상미 팀장은 “작년과 비교하면 20% 이상 증가했다. 아무래도 포근한 날씨와 경제적인 가격이 골퍼들의 부담을 줄여준 것 같다. 예년 같으면 1∼2주 전에 예약이 가능했지만 올해는 최소 3∼4주 전에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주영로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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