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함뒤에Fun함,황당속에당황…‘과속스캔들’,‘1724기방…’

입력 2008-12-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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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전혀 다른 코믹 영화가 함께 개봉된다. ‘과속 스캔들’(감독 김태형·제작 토일렛픽쳐스)과 ‘1724 기방난동사건’(감독 여균동·제작 싸이더스FNH). 두 편 모두 언뜻 보면 진부한 소재다. 한 편은 연예인의 스캔들로 웃음을 담았다. 다른 한 쪽은 한 동안 국내 극장가를 휩쓸었던 조폭 코미디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두 영화는 진부한 소재 속에서 색다른 시도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신선한 웃음도 노렸다. 맘도 몸도 쌀쌀한 올 겨울, 두 영화는 얼마만큼 웃음을 담는데 성공했을까? # 한 발 물러선 차태현, 그래서 더 재미있는 ‘과속 스캔들’ 현수(차태현)는 인기 가수 출신 라디오 DJ다. 프로그램 청취율도 1등, 으리으리한 집에 날쌘 자동차, 그리고 섹시한 애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삶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끝날 위기에 처한다. 중학교 3학년 때 시골 외갓집 이웃누나와 첫 경험. 그 때 태어난 딸이라고 주장하는 스물 둘 정남(박보영)이 나타난 것.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정남은 고교시절 반항 대신 임신을 했다며 다섯 살 아들까지 업고 들이닥친다. ‘과속 스캔들’은 코믹영화 스타 차태현의 ‘원톱’ 영화로 보인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이 영화는 딸 박보영과 손자 왕석현이 중심이다. 그리고 한발 물러선 차태현은 영화 전체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상대역 박보영을 더 돋보이게 한다. 차태현은 이 영화에서 직접 골을 넣는 공격수보다 한발 물러서 경기 전체를 조율하는 베테랑처럼 자신을 낮췄다. 그 사이 박보영은 기대이상 맹활약하며 영화를 빛낸다. 아역배우 왕석현은 폭발하는 웃음으로 확실한 어시스트를 한다. ‘과속 스캔들’은 분명 코믹 영화의 뻔한 에피소드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하지만 훈훈한 웃음에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메시지는 이를 충분히 가리고도 남는다. 그리고 배경이 라디오 프로그램인 만큼 귀까지 즐겁게 하는 음악으로 다양한 매력을 담았다. # 조선시대로 뛰어든 조폭 코미디. ‘1724 기방난동사건’ 천둥(이정재)은 마포 저잣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한량이다. 상인들을 괴롭히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싸움을 걸고 돈이나 뺏으며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자신의 주막집에 잘못 보내진 기녀 설지(김옥빈)를 보고 한눈에 반하며 인생이 뒤바뀐다. 설지가 원래 취직하기로 했던 한양 최고의 기방 명월향 사람들이 들이닥쳐 그녀를 뺏어 가자 천둥은 분노한다. 그리고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천둥은 설지를 사이에 놓고 조선 최고의 건달 만득(김석훈)과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벌이게 된다. 순진하던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조직의 보스가 되고, 성장통을 겪다 슈퍼히어로로 진화하는 구도. 조폭 코미디 영화에서 몇 번 쯤 본 듯한 내용이다. ‘1724 기방난동사건’은 배경을 조선시대로 바꿨다. 그리고 고증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온갖 화려함으로 영화를 감싼다. 사극의 주류였던 왕과 상류층, 역사적 인물에서 과감히 벗어난 점은 신선하다. 철저히 망가진 이정재와 초고속 카메라 등 특수효과를 가미한 액션도 재미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1724 기방난동사건’은 이처럼 스스로 쌓은 코믹이라는 장르에 갇혀버렸다. 주인공 천둥이 신분을 뛰어넘는 영웅이 되려는 순간 조폭 코미디는 자꾸 그의 발목을 잡는다. 웃겨야한다는 숙명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자 태생적 한계가 되고 말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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