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요즘 말하는 ‘문짝남’ 표본이다. 187cm라는 큰 키에 훈훈한 외모, 어릴 때부터 복싱으로 다져진 다부진 근육질 몸매까지. 배우 안보현 이야기다. 10일 tvN 월화드라마 ‘스프링 피버’(연출 박원국 극본 김아정)를 통해 ‘문짝 남주’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상대 배우 이주빈과의 ’피지컬(덩치) 차이’는 작품 흥행 요인에 크게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가 먼저 ‘스프링 피버’에서 캐스팅됐어요. 뒤이어 이주빈 씨가 캐스팅됐더라고요. 대본상으로는 윤봄이라는 인물을 보다가 이주빈 씨를 처음 본 순간 ‘이 인물과 잘 맞겠다’ 싶었어요. 당돌한 면도 있고, 선생님 역할도 잘 어울릴 거 같았어요. 아담한데 보호 심리도 일으키는 사람이었어요. 대본 리딩을 하면서도 ‘촬영 시작하면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역시나 ‘티키타가’가 잘 맞더라고요. 두 캐릭터 케미(합 또는 호흡, 케미스트리 줄임말)가 잘 살았어요. 현장에서도 ‘덩치 케미’가 잘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이주빈 씨가 아담한 체구에 얼굴까지 작아서 나란히 있거나 포옹하면 다른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케미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신 게 아닐까 해요.”

‘스프링 피버’는 찬 바람 쌩쌩 부는 교사 윤봄(이주빈 분)과 불타는 심장을 가진 남자 선재규(안보현 분)의 얼어붙은 마음도 녹일 봄날의 핑크빛 로맨스다. 로그라인(작품 방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전달하는 드라마 용어) 그대로 ‘로코’ 장르다. 여러 작품에서 비교적 센 캐릭터를 연기한 안보현은 이 작품을 통해 ‘로코킹’이라는 수식어도 꿰찼다. ‘로코도 잘 어울리지 몰랐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런 반응에 안보현은 ‘로코’ 장르보다 선재규라는 캐릭터라서 가능한 로맨스 서사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스프링 피버’ 선재규는 스윗하게 행동하거나 로맨틱한 매력이나 멋짐을 지닌 친구는 아닙니다. 타고나길 장사 체질이에요. 선명한 복근이 있기보다 인간미 넘치는 매력을 지닌 인물이죠. 그래서 캐릭터를 위해 몸집도 키웠고요. 작품 자체가 ‘로코’지만, 전형적인 로맨스와는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로맨스 연기에 자신감이 생기거나 하지 않아요. 다만, 시청자들이 캐릭터를 통해 ‘로코 요소’를 찾아봐 주고 좋게 봐주셔서 ‘내게 이런 면이 있구나’ 자화자찬하게 됐습니다. 하하하.”

‘스피링 피버’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는 원작 웹툰과 다른 결을 지닌 작품이다. 수위에 있어서도 그렇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원작을 안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원작과 맥락은 비슷하되, 수위는 다르고 들었어요. 원작 수위가 더 높다고요. 그래서 대본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문신 팔 토시’ 설정 등만 원작에서도 등장한다는 정도만 알았어요. 궁금해서 원작을 보고 싶었지만, 제 연기에 영향을 줄 것 같아서 보지 않았습니다. 로맨스 수위요? 드라마에서 그렇게 수위가 높은 장면은 없어요. 노출이라고는 구출한 강아지를 감싸기 위해 상의 탈의한 동물병원 장면에요. 키스 장면도 능숙하기보다 서툰 선재규 모습이 잘 담겼다고 생각해요. 쭈뼛대면서 주먹을 꽉 쥐는 모습이 그래요. 예쁘게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시청자가 ‘야하다’고 생각하셨다면 그렇게만 생각하고 보신 게 아닐까요? 하하하. 오히려 현장에서는 ‘덩치 케미’로 설렌다고 해주셔서 ‘잘 나왔겠구나’ 싶었어요.”

‘스프링 피버’는 언뜻 최약체 캐스팅으로 통한다. 원작 인기와 달리 작품 자체에 대한 기대감은 사실 그렇게 높지 않았다. ‘로코’라는 장르 특성상 빤히 결말이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우려는 사라지고 작품은 자체 최고시청률 5.7%(12회, 닐슨코리아·전국 유료가구)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주변 남자분들이 이렇게 ‘로코’를 많이 보는 줄 몰랐어요. 정말 재미있게 보더라고요. 선재규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아이를 둔 친구가 많았어요. ‘(선재규) 그냥 너 같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매니저, 소속사 직원을 통해 시청자 반응도 많이 전해 들었는데, 좋은 반응이 많더라고요. 이렇게 호평받은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시청률이요? 연연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주연 배우이니 부담은 있었어요. 그래도 즐겁게 촬영했으니 이런 부분이 작품에 잘 드러나 시청자들이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 했어요. 그런데 한일전 축구를 해도 봐주더라고요. 고정 시청자가 생겼다고 생각했죠. 수치도 조금씩이나 오르는 게 보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습니다. ‘스프링 피버’를 두고 배우, 감독, 작가, OST 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는 반응을 봤는데 그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작품을 위해 애쓰고 함께 봐준 시청자까지 모두 박수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모델을 거쳐 연기자가 된 지 10년을 훌쩍 넘긴 안보현은 여전히 자신에게 엄격한 배우다. 자신에게 당근보다 채찍이 먼저 나간다.

“저 자신에게 인색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긍정적으로 변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운동을 했다 보니 저 자신에 대한 잣대가 높고 엄격하고 당근보다 채찍을 들어요. 운동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 분야라고 생각해요. 반면 배우는 달라요. 현장에서 배우고 읽히는 것도 많아요. 긍정적인 사고를 하지 않으면 감정 소모가 많더라고요. 바뀌어야 되겠다 싶었어요. 지금은 저 자신에게 당근을 많이 주려고 해요. 유연함이 생겼죠. 삶의 여유까지 아니지만, 이제 조금은 저에게 칭찬해 주려고 해요. ‘고생한 시간이 값지게 돌아온다’는 마음으로. 지금 말해주고 싶은 칭찬이라면, ‘(배우) 계속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하고 싶어요. 전에는 연기하면서 ‘이게 맞나, 아닌가’ 싶었어요. 순간순간 조언을 구하고 혼자 되묻던 시간이 있었어요. 이제는 제가 고민하는 방향을 계속 가도 되겠다 싶어요. 그런 마음이 들어요.”

안보현에 계절에도 봄이 오고 있다. ‘스프링 피버’를 끝내고도 차기작이 이미 결정돼 촬영에 한창이다. 공개될 작품도 있다.

“촬영을 마친 ‘신의 구슬’이라는 작품이 공개를 앞두고 있어요. ‘재벌X형사2’도 제작됩니다. 올해가 많이 기대돼요. 그렇다고 제 배우 인생의 봄날은 아직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데 겨울이 지나고 이제 봄을 기다리는 단계 같아요. 그렇지만 무척 설레는 올해입니다. 앞으로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