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백차승과美시민권…진땀나는변명

입력 2008-12-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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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한국시간) 기자는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백차승을 만나 제2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출전 여부를 물은 적이 있다. 그에게 이 질문을 던진 이유는 널리 알려진 대로 미국시민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확인됐지만 국내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미국시민권 획득이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백차승은 당시 “한국에 나보다 더 좋은 투수들이 많은데 기회가 오겠느냐”고 다소 겸양의 뜻을 드러내면서도 “그러나 뽑아준다고 해도 출전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WBC 출전 여부와 관련된 백차승의 첫번째 직접 발언이었다. 지인을 통한 게 아니었다. WBC 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인터뷰였다. 1일 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해외파 백차승을 1차 엔트리 45명에 포함시켰다. 김 감독은 미국시민권 획득으로 인한 병역기피 여론을 의식해 “백차승에게도 용서를 빌고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줘야하는 것 아닌가. WBC에서 한국을 위해 활약한다면 조금은 속죄가 되지 않겠느냐”며 선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언론과 팬들은 백차승 발탁에 매우 부정적임은 물론이고, 김 감독마저 비난하는 듯한 분위기다. 조용히 국내에 머물며 내년 시즌에 대비한 훈련을 하려했던 백차승도 예상치 못한 45명 엔트리 선발로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시민권, 병역 기피, 원정출산 등은 국내에서 너무나 민감한 사안이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당선이 유력했던 대통령 후보마저 낙선시킨 게 바로 아들의 병역 관련이었다. 사실 기자도 김 감독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조한다. 백차승의 미국시민권 획득은 이미 지난 일이고 가수 누구처럼 “군대에 가겠다”고 했다가 미국시민권이 나오자 이를 기피한 것도 아니었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지만 국가를 위한 길이 있다면 다시 봉사의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야구를 하고 싶어서 미국시민권을 땄다가 결국 병역 기피자처럼 됐고, 이리저리 변명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본인의 마음고생은 헤아리기 힘들다. 9월 백차승을 만났을 때 이런 비판적인 여론 탓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으나 매우 조용했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속내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소 경계하는 표정도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미국에서 활동했던 해외파 가운데 영주권을 취득한 선수도 있고, 수속이 진행중인 선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도 워낙 민감해 절대 드러낼 수 없다. LPGA 선수도 마찬가지다. 요즘 백차승을 옹호하면 돌팔매 맞기 십상이다. 28세의 백차승에게는 너무 가혹한 시련이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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