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열기자의야생바이크길들이기③]악!출발신호에시동은왜꺼져

입력 2008-1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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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가,끌다가,구덩이서허우적…코스반바퀴돌자20분   
좌충우돌 연습을 마치고 드디어 지난달 16일 ‘2008 BMW 모토라드배 엔듀로 챔피언쉽’에 참가했다. 이 대회는 세계모터사이클연맹(FIM)의 한국공식 등록단체인 KMF가 주최하고 BMW 코리아의 모터사이클 부문인 BMW 모토라드가 공식 후원한 정식 대회다. 오프로드 바이크 입문 고작 1개월, 3번의 연습으로 참가할만한 대회가 아니지만 오프로드 바이크의 매력을 직접 경험해보는데는 대회 출전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었다. 물론 그것이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헉! 연습한 코스 너무 쉬워 새로 세팅… 코스가 기가 막혀    엔듀로 챔피언십은 국제급, 국내급, 여성급 등 세 그룹으로 나뉘어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경기 방식은 총 1.5km 길이의 트랙을 3바퀴 완주하는 시간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기자의 출전 시간은 11시50분이었지만 현장 분위기도 익힐 겸 국내급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 오전 9시쯤 대회장에 도착했다. 장호원 BMW물류센터의 넓은 주차장은 각종 동호회와 후원사, 장비업체들의 차량으로 가득했다. 왼쪽으로 마련된 경기장으로 올라서자 입구부터 오프로드 바이크의 굉음과 출전 선수들, 관람객들로 경기장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라있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국제급 선수들의 화려한 기량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코스를 다시 한 번 살펴보기 위해 언덕으로 올라선 순간 기자는 눈앞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까지 연습을 했던 코스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의 말을 빌자면 “코스가 너무 쉬워 변별력이 떨어져 조금 더 어렵게 세팅했다”는 것이다. 기자가 그토록 힘들게 완주했던 코스가 쉬운 코스였다니. 바이크를 타기도 전에 힘이 빠졌다. 게다가 새로 세팅된 코스는 엄두를 내지도 못할 만큼 무시무시했다. 3m가 넘게 파놓은 구덩이 코스, 10여m를 쌓아놓은 타이어와 자갈길, 기자에겐 절벽처럼 느껴지는 등판 코스 등은 옆으로 피해갈 길조차 없었다. 1000여명 운집…기본기 30분 연습후 도전… 관객이 너무 많아    “몸도 풀 겸, 아래로 내려가서 연습을 좀 하고 오시죠.” 코스 세팅을 확인한 후 얼어버린 기자를 보고 BMW 모터라드 마케팅부의 김윤겸 매니저가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간단하게 연습을 하고 오라고 제안했다. 연습을 하러 공터로 내려가는 동안 손에 든 바이크용 헬멧과 장갑이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졌다. 이번 대회는 출전 선수만 해도 150여명. 응원하러 바이크 동호회원들과 가족들, 장비업체들의 직원들까지 합치면 1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이크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연속코너 또 시동 꺼져…아∼ 자괴감… 심장은 두근두근    드디어 국내급 선수들이 모두 코스로 들어서고 맨 마지막 순서로 기자가 스타트 라인에 섰다. 선수들의 순서가 끝난 뒤 번외로 나선 경기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시선이 기자를 향했다. 시동을 걸고 1단기어를 넣고 나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직선도로로 30m 직진 후 첫 번째 코너가 나온다.’ 머릿속으로 코스를 대강 곱씹으며 출발 신호를 기다렸다. ‘스타트 쯤이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발과 동시에 시동이 꺼졌다. 좀처럼 나오지 않는 실수인데, 역시 긴장한 탓이다. 다시 시동을 걸고 힘차게 출발했다. 첫 번째 코너는 무사 통과. 그런데 이어지는 연속 코너에서 속도를 너무 줄이는 바람에 다시 시동이 꺼졌다. 관객들이 많이 모여 있는 자리였다. 이정도 실력밖에는 안되는 것인가 하는 자괴감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다시 시동을 걸고 이어지는 코너들은 무사통과, 통나무 코스는 다행히 우회로가 있어 지나쳤다. 코스를 하나 통과하지 못할 때마다 패널티 시간이 5분 주어진다. 이어지는 첫 번째 언덕을 무사히 넘어 위쪽 코스로 들어섰다. 첫 번째 장애물은 울퉁불퉁한 자갈길. 바이크 위에 올라서 보니 지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연습조차 해보지 못했던 장애물이다. 옆으로 빠져나갈 길도 없다. 일단 올라섰지만 자갈에 걸려 바퀴는 요동도 하지 않는다. 과감한 스피드가 필요했지만 너무 속도를 줄인 탓이다. 진행요원이 달려와 바이크를 탈출 시켜주었다. 이어지는 구덩이 코스, 선수들은 부드럽게 들어갔다 쉽게도 타넘었다. 선수들의 주행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과감히 구덩이 아래도 내려갔다. 이제 과감히 가속할 차례, 그런데 타이밍을 놓치면서 바이크가 거꾸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올라가지도 뒤돌아나갈 수도 없었다. 독안에든 쥐 꼴이다. 몇 번 시도 끝에 이번에도 진행요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코스는 절반도 돌지 못했는데 벌써 20여분이 소요됐다. 선수들이 3바퀴를 완주하는 시간이다. 곧이어 국제급 경기가 시작되는데 완주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결국 리타이어, 내년 봄 재도전할 것… 아쉬움 천근만근    결국 코스를 완주하지 못하고 리타이어했다. 꼴지를 하더라도 선수급 코스를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기자의 실력으로는 아직 무리였다. 연습량이 충분치 못했다고는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코스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아쉽고 분했다. 아마추어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들은 그만하면 처음 치고는 잘 한 것이라고 위로해주었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듯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아쉽지만 올 시즌 대회는 모두 종료됐다. 하지만 바이크 도전을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겨울은 오프로드 바이커들이 실력을 가다듬는 기간이다. 내년 봄까지 꾸준히 연습해 봄에 열리는 대회에 다시 출전하기로 했다. 목표는 코스 완주. 길고 험난한 겨울이 될듯한 예감이다. 장호원|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협찬|BMW 모터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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