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애프터]“박사복서되면누나도기뻐하겠죠”

입력 2008-12-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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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는 운동이 좋았던 김정주. 공부를 잘 했던 누나들 틈바구니에서 약간의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단신의 핸디캡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연구하는 선수가 됐다. 비디오분석에 충실한 것은 기본. “상대 선수들의 버릇을 메모하는 습관도 있다”고 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르세크바예프(카자흐스탄) 역시 영리한 선수. 김정주는 “사르세크바예프가 기본적으로는 인파이터인데, 상황에 따라 아웃복싱도 잘 구사한다”고 했다. 사르세크바예프와의 대결이 성사된다면 지략싸움이 치열할 전망. 김정주의 연구는 링 안에 머물러 있지 않다. 2006년 8월에는 상지대 체육학부에서 ‘복싱상해 실태분석’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아테네올림픽에서는 갈비뼈 부상,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왼손부상. 중요한 순간마다 부상을 달고 살았던 김정주는 “몸으로 느낀 바를 정리한 것이라 재미있게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박사학위 도전. 실전에서 다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큰 경기를 앞두고 연습과정에서 부상을 당한다면 그보다 더 억울한 일은 없다. 석사논문주제인 상해실태 분석을 넘어 트레이닝과정에서 부상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들을 연구해 볼 작정이다. 박사복서가 된다면 복싱을 택하면서 누나에게 진 빚도 갚을 수 있다. 큰누나 김정애(34)씨는 하나 밖에 없는 남동생이 꼭 열심히 공부하길 바랐으니 말이다. 김정주는 “누나는 내게 아버지이자 어머니이고, 인생의 큰 스승”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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