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원의도쿄통신]오다유지의흉내내기금지

입력 2008-12-07 04: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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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춤추는 대수사선’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인기배우 오다 유지(40)가 방송사에 ‘모노마네(흉내내기) 금지령’을 내 화제를 뿌렸다. 지난 달부터 소문으로 나돈 이 일은 지난 2일과 3일 후지TV와 TBS의 편성국장이 연달아 기자회견을 통해 오다 유지 측으로부터 자신의 모노마네 방송을 자제해달라는 탄원서를 받은 사실이 있음을 공식화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오다 유지의 요청은 일언지하에 기각됐다. 각 방송사의 편성 책임자들이 오다 유지의 모노마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개그맨 야마모토 다카히로(33)를 두둔하며 “자제할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기 때문이다. 모노마네는 일본 개그계의 전통적인 장르. 올해에는 특히 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 등 유명 스타의 개성 있는 말투를 코믹하게 복제해 인기를 누린 신진 개그맨이 바글바글했다. 오다 유지의 ‘키타(왔다)!’라는 말을 따라잡은 야마모토 다카히로도 그 중 한 명이다. 모노마네의 제물이 된 스타가 한 둘이 아닌데도 유독 오다 유지가 탄원서까지 발송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왜일까. 오른팔을 번쩍 들며 ‘키타’를 외치는 야마모토의 흉내 내기가 워낙 큰 반향을 자아낸 게 무엇보다 큰 이유일 것이다. 사실 야마모토라는 본명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늘 자신을 오다 유지로 지칭하는 그는 같은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예명처럼 그냥 오다 유지로 불린다. ‘키타’라는 말은 오다 유지가 세계육상대회의 캐스터로 활동했을 때 흥분에 겨워 내뱉은 한 마디. 그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 개그의 무기로 삼은 야마구치는 원조를 능가하는 제 2의 오다 유지가 돼 올해 반짝반짝한 개그계의 한 별로 부상했다. 오다 유지가 야마구치의 모노마네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예전에 감지됐다. 오다 유지는 지난 7월 후지TV 드라마 ‘태양과 바다의 교실’의 출연을 앞두고 모처럼 홍보차 몇몇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한창 유행을 타고 있던 야마구치의 모노마네와는 철저히 거리를 뒀다.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겨냥해 야마구치를 동반 출연시켜 원조와 대면시킨다는 기획이 진행됐을 법 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7월초 한 이벤트에 참석해 모노마네와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연 오다 유지의 발언 역시 심상치 않았다. 당시 행사장에 오다 유지가 등장하자 관람객들은 일제히 야마구치로 변신해 ‘키타’를 연호했다. 그 같은 반응에 쓴웃음을 머금은 오다 유지는 “그 친구(야마구치)를 보고 있으면 솔직히 걱정스럽다. 내 흉내로 어디 먹고 살 수는 있겠는가”라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가 수개월이 흘러 방송사에 탄원서까지 보낸 것은 참다못해 ‘더 이상은 못 견디겠다’고 폭발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흉내 내는 개그맨들에게 고마움까지 표현하며 방송에 같이 출연해 ‘윈윈’효과를 노리고 있는 스타들도 많은 가운데 오다 유지의 정색한 반응은 언뜻 옹졸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오다 유지의 사정에도 수긍이 간다. 기무라 타쿠야가 부상하기 전 일본을 대표하는 청춘스타였고 일본 역대 실사영화 흥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춤추는 대수사선’의 간판인 그는 고지식하되 곧은 터프가이의 이미지를 지녔다. 그런데 야마구치의 모노마네 때문에 진지함으로 설득될 수 있는 오다 유지의 그 캐릭터가 허물어진 듯한 감도 있다. 이제 오다 유지가 TV에 등장하면 조건반사처럼 ‘키타’라는 두 글자가 떠오르며 피식 웃음부터 터진다. 원조의 캐릭터를 잠식하고 만 너무 뛰어난 모노마네. 과연 그것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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