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손´이운재,"은퇴?아직생각안해봤다"

입력 2008-12-09 17: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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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아직 은퇴 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2008시즌 한국프로축구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떨친 ´거미손´ 이운재(35, 수원)가 내년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예고했다. 이운재는 9일 오후 2시50분부터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2008 삼성하우젠 K-리그 대상´에서 기자단 투표 총 93표 중 72표를 획득해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또한 올시즌 최우수 골키퍼상에서 김호준(22, 서울), 정성룡(23, 성남) 등 후배들을 제치고 기자단 투표 총 93표 중 83표의 압도적인 지지로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말 ´아시안컵 음주파문´에 휘말려 대표선수 1년 자격정지 및 사회봉사 80시간 명령을 받으며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던 이운재는 이로써 1년 만에 리그와 컵대회 제패에 이은 개인상 ´더블(2관왕)´을 차지, K-리그 25년 역사상 최초의 골키퍼 MVP이자 최고령 선수로 이름을 남기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이운재는 시상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너무 큰 상을 받아 기분이 좋다. 내가 힘든시기에 있을 때 나를 지켜주고 기도해준 가족들에게 너무나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준 차범근 감독과 구단께 감사한다"며 "이번 상은 내년에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이라고 생각하겠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운재는 자신이 K-리그 25년 역사상 최초의 골키퍼 MVP라는 말에 "시상식을 앞두고 만약 내가 상을 타게 되면 골키퍼 최초이며 연령별로 따져도 최고령이라는 말을 들었다. 최초기록은 다 깨졌으니 이 기록을 깰 선수가 올 것으로 본다. 다른 후배들이 내 기록을 깨주길 바란다"고 선배다운 의젓함을 보였다. 올해로 35살인 이운재가 앞으로 얼마나 선수생활을 이어갈지는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아시안컵 음주파문 징계 해제 후 허정무호에 승선한 이운재는 지난 11월 20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3차전에 출전, 무실점으로 골문을 지켜 19년만의 역사적인 승리에 일조했다. 또한 올 시즌 39경기에 나서 29골 만을 내줘 경기당 0.7골이라는 뛰어난 방어율을 기록하는 등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변함없이 최고의 기량을 펼쳐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수로서는 많은 나이로 인해 그는 시즌이 지날수록 순발력 등이 점점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전문가들은 정점에 오른 그가 서서히 은퇴를 생각해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이운재는 "아직 수원과 2년이라는 계약기간이 더 남아 있다. 그동안은 선수로 노력해야 한다"고 은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사실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해본 적이 아직은 없다. 착실히 몸을 관리해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은퇴에 대한) 아직 큰 그림을 그려보지는 않았지만 팬들께 큰 기쁨을 드릴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운재가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남다른 사연이 숨어 있었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이운재는 이후 K-리그에서 자기관리에 실패, 후배들과의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딸이 "아빠는 왜 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있느냐"고 물었을 때, 이운재는 뒤늦은 회한의 눈물을 쏟고 훈련에 매진해 다시 정상의 자리에 올라섰다. 2007년의 멍에는 그를 다시 최고의 자리에서 끌어내렸지만, 가족들의 믿음과 성실함으로 시련을 이겨내고 1년 만에 정상을 밟을 수 있었다. 이운재는 "당시 딸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2007년의 사건으로 인해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평생의 짐으로 남았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지금이야 기뻐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데 여기서 끝내지 않고 내년에도 할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음주파문 징계 당시)나보다 가족들의 마음이 더 아팠을 것이다. 특히 남편을 믿었던 아내로서는 내 행동에 많이 아팠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힘들었다"고 말한 뒤, 잠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운재는 "이후 집에 가서 ´한 번 믿어 달라. 내 바보같은 행동은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내가 많이 보듬어줬고 아이들도 잘 커줘 너무 감사하다. 얼마전 태어난 둘째 사내아이는 누구보다 해맑고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란다"며 감사함과 소망을 동시에 드러냈다. "사실 MVP 수상자 명단에 올랐을 때 ´만약 상을 받고 내년에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된다면 많은 분들이 실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이운재는 "역시 답은 한 가지였다. 열심히 운동해서 내년에는 지금보다 발전된 기량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9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리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의 목표는 이제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 지난 1994미국월드컵과 1998프랑스월드컵, 한일월드컵, 2006독일월드컵에 이은 생애 5번째 월드컵에 나서는 일이다. 그는 "한국축구는 무조건 아시아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 분명히 힘든 경기가 있겠지만 다시 뭉쳐서 피땀을 흘리겠다. 팬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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