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아들!엄마도좀사랑해주렴

입력 2008-12-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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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들은 생후 13개월 됐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아기들은 대부분 어릴수록 엄마를 더 좋아한다고 알고 있는데, 저희 아들만큼은 예외인 것 같습니다. 요 녀석이 아빠라는 존재를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아빠가 하루 중 밤늦게만 보여서 그런지 언제부터인가 아빠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잘 따르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자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면 눈 뜨자마자 ‘아빠, 아빠’하면서 제 남편을 찾습니다. 남편이 어디 있는지 저보다 더 잘 찾아냅니다. 그리고 기어가서 아빠 얼굴에 자기 볼을 부비며 그 옆을 떠날 줄을 모릅니다. 그러다 남편이 아들 입에 뽀뽀를 해주고 출근을 하면, 현관문 닫히기가 무섭게 집이 떠나가라 울어댑니다. 매일 겪는 일인데, 매일 그렇게 슬픈 건지, 한번 울면 잘 그치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해가 떨어져서 어둑어둑 해질 때면 또 ‘아빠, 아빠’소리를 하며 현관문만 바라보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때는 딸랑이를 흔들고 작은 공을 굴리며 아무리 아들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해도, 반응이 좀 시큰둥한 편입니다. 그러다 저녁 9시가 다 돼서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저랑 같이 놀다가도 ‘아빠!’하고 외치면서 빛의 속도로 현관문까지 기어갑니다. 아마 그 때가 우리 아들이 제일 빨리 기어갈 때일 겁니다. 남편은 그런 아들의 사랑을 알기 때문에, 가끔은 장난도 치는데, 일부러 아들을 보고도 못 본 척, 안아주지도 않고 안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방문을 닫으려고 하면 그 때부터 아들이 떠나가라 울며 난리 난리를 칩니다. 그 때마다 남편은 ‘봤지?’ 하는 눈빛으로 저를 보고 쓱∼ 아들을 안아줍니다. 지난번엔 저희 가족이 같이 외출을 했는데, 아들이 아빠 품에 안겨서 떨어질 줄을 모르는 겁니다. 남편이 주차를 해야 되는데, 그 잠깐을 안 떨어지려고 떼를 쓰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얼른 애를 안고 확 내려버렸는데, 주변 사람들 민망할 정도로 어찌나 울어대던지 모릅니다. 제가 무슨 새엄마도 아니고, 동네 아줌마도 아닌데 말입니다. 하여튼 그렇게 울어대는 아들 때문에 너무 창피했습니다. 그런데 제 남편은 그렇게 아들이 아빠를 찾으며 울 때마다 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뭐랄까? 의기양양하다고나 할까요? 요즘은 아들 보는 재미에 회사에서 피곤한 것도 다 잊게 된다고 합니다. 아들 녀석 때문에 웃을 수 있고, 요 녀석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입니다. 요즘은 회사에서 아무리 스트레스를 줘도 견뎌낼 수 있다고 합니다. 남편도 아들 때문에 이렇게 행복해 하고, 이상하게 애들 사연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귀에 더 쏙쏙 잘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아들∼ 너무 아빠만 찾을 땐 섭섭하기도 하고 가끔은 얄미워서 엉덩이를 괜히 툭 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제 삶의 활력소고, 즐거움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나중에 크면 이 엄마도 좋아해주겠죠? 우리 집의 분위기 메이커∼ 아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충북 청주|오현주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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