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JYP연습생도전(1)-원더걸스선배(?)들의격려

입력 2008-12-21 08: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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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뜨거운 환호. 보는 이를 압도하는 화려한 퍼포먼스.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매력적인 외모. 2008년 연예계에서 아이들(idol) 스타의 비중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들 스타들이 어떻게 탄생되는지 그 교육 과정은 거의 공개된 적이 없다. 스포츠동아의 김원겸 기자가 연예기획사들이 공개를 꺼려하는 아이들 스타 지망생들의 교육 과정을 연습생으로 이틀간 체험하며 땀과 눈물의 현장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애초 직접 교육 과정을 경험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그들이 어떻게 교육을 받는지 관찰할 목적이었다. 지난 해부터 아이들 그룹이 가요계 ‘대세’가 됐다. 곱상한 얼굴을 앞세워 적당한 실력의 춤과 노래로, 여자 중·고생들의 환호를 받는 줄 알았던 그들이 이제는 저절로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만드는 노래로, 또 깜찍한 춤과 외모로 누나들을 설레게 하고, 아저씨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과연 이들에게는 어떤 점이 있기에, 그리고 많은 기획사들이 아이들 그룹 한 팀을 데뷔시키는데 몇 년이라는 시간이 드는 것은 왜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자동차회사가 개발 중인 새 모델을 미완성 상태에서 공개하지 않듯이 데뷔도 하지않은 연습생을 미리 공개할 기획사는 없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직접 연습생이 되어 그들의 일과를 체험할 수 밖에. 박진영이 프로듀서로 있는, 원더걸스와 2PM의 소속사 JYP 엔터테인먼트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이틀간 연습생을 체험했다. ‘술과 스트레스, 만성 피로로 비루해진 이 몸으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그만큼 설렘과 기대도 컸다. <연습생 첫째날-1> 1. 교육생 프로필 작성, 원더걸스 선배(?)들 “열심히 해보라” 격려 연습생 체험의 시작은 ‘교육생 프로필’ 작성. 기획사의 오디션에 합격한 연습생은 계약서를 작성한 후 프로필을 작성하고, 출석카드를 만든다. JYP의 경우 오디션은 공개 오디션, 비보이 페스티벌 등의 행사, 학교 캐스팅, 로드 캐스팅 등이 있다. 신인개발팀이 1차로 오디션을 보고 이어 임원진 면접, 최종으로 박진영의 면접을 통과하면 정식 연습생이 된다. JYP 관계자에 따르면 공개 오디션에 참여하는 인원은 연간 1만 명. 해외 오디션 등 모든 종류의 오디션을 합하면 10만 명 가량이 스타가 되기 위해 오디션에 응시한다고 한다. JYP는 현재 국내외서 약 30명의 연습생을 교육 중이다. 프로필을 제출하고 출석카드를 체중계 같은 기계에 넣었더니 연습시작 시간이 찍혀 나온다. ‘지금부터 난 연습생이다.’ 연습생은 누구를 만나든 깍듯이 인사를 해야 한다. 보컬 트레이닝실로 가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우렁차게 인사했다. 그런데 어! 보컬 트레이닝실 옆에 분장실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원더걸스의 소희와 유빈, 선미를 만났다. “웬일이냐”고 묻는 멤버들에게 “연습생 체험하러 왔다”고 했다. 그러자 세 선배님(?)들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를 한다. 2. 보컬 트레이닝, “힘을 빼라는데, 말은 쉽지….” 첫 수업은 가수의 기본인 보컬 트레이닝. 대여섯 평 정도의 좁은 방에는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었다. 강사는 박진영이 ‘JYP의 미래’라고 말하는 송유미 씨.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그는 기자의 노래를 듣고 싶다며 평소 부르는 아무 노래나 불러보라고 했다. 원래 식당에서도 ‘아무거나’ 시키기게 가장 힘든 법. ‘아무거나 불러보라’는 말은 선곡을 망설이게 했다. 결국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불렀다. 첫 음은 불안했지만, 나름 낭랑한 목소리로 불렀더니 “바이브레이션이 자연스럽고, 특히 느낌이 좋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트레이닝에 들어가자 뿌듯함은 이내 사라지고 심한 좌절이 밀려왔다. 가수와 인터뷰를 하면서 지겨울 정도로 듣던 ‘흉성’ ‘두성’ ‘비성’을 직접 배우자니 너무 힘들었다. 갓 입문한 연습생은 흉성부터 배운다고 했다. 흉성은 공기와 소리를 동시에 뱉으면 된다는 강사의 친절한 설명은 짜증만 치솟게 했다. 답답해 하는 기자가 안스러운지 강사는 “효과적인 연습방법”이라며 트릴(호흡을 길게 내뱉으면서 입술을 ‘부르르’ 떠는 것)을 하며 ‘우~’ 소리를 내보라 했다. 쉬워보였지만 몇 초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호흡은 금방 끊기는데다 음정이 불안정했으며, 고음일수록 힘이 잔뜩 들어갔다. 말할 때처럼 편안하게 호흡하면서 노래하면 흉성이 나온다는데, 절대 그럴 수 없다. 긴장하면 목과 혀에 힘이 들어가 편안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음반 레이블마다 음악 색깔이 있듯, 기획사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보컬 교육을 시킨다고 했다. JYP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흑인창법과 ‘말하듯 노래하라’. 흉성과 비성, 두성은 호흡을 해서 어떻게 소리를 공명시키느냐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온다. 두성일수록 고음이 편하다고. 노래할 때 세 가지 소리가 잘 조화를 이뤄야하며, 그래야 듣는 사람이 피곤하지 않다고 했다. 입술을 떨다보니 어느덧 1시간이 지났다. 학습지진아는 숙제를 받는 법. 트릴을 하며 ‘서른 즈음에’를 부르는 연습을 하라는 숙제를 받았다. 녹음해서 듣고, 자책하면서 연습을 계속하라고 했다. 연습을 해오지 않으면 진도를 못나가게 되고, 그렇다보면 데뷔도 늦게 된다는 친절한 ‘으름장’과 함께.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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