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프로 데뷔 3년 만에 KLPGA 하반기 대회 SBS 채리티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후 KB국민은행 스타투어 3차 대회와 빈하이 오픈까지 내리 3연승을 거두고, 인터불고 마스터즈와 세인트포 레이디즈 마스터스, ADT캡스 챔피언십까지 지난해 무려 6승을 거두며 KLPGA무대의 샛별로 떠오른 서희경(23·하이마트)의 아버지 서용환 씨 역시 딸의 장래를 위해 10여년을 투자하며 자신의 인생을 딸의 미래와 바꿨다.
“거의 매일 필드를 나갈 정도로 골프를 좋아했지만 딸에게 치중하다보니 운동할만한 시간이 없어 포기했어요.”
포기해야 했던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유통업에 종사하던 서용환 씨는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골프를 시키는 모든 부모들이 같이 겪는 어려움이겠지만 생업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해요. 그러다보면 자금압박으로 겪는 어려움이 가장 크죠.”
골프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더 아득한 길이다. “처음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시집가서 자기 생활을 정리하는 것보다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어요. 골프 선수보다는 골프 관련 업계에서 일하게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계획이 바뀌게 된 거죠.”
시즌 6승을 거둔 챔피언의 아버지는 주니어 시절보다 프로 데뷔 후 2년 가까이 우승이 없어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지금 이렇게 잘 해주는 모습을 보면 마음 뿌듯하고 대견스럽지만 고통의 시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능성은 주니어 때 여고부 랭킹 1위를 하면서부터 엿보였지만 프로무대 우승은 요원한 일이었다. 남들보다는 감각이 좋아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는 편이었지만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본인이 더 마음아파 했겠지만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는 딸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속상했어요. 하지만 그 때마다 준비는 다 되어있으니 자신을 믿고 기다리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말해주었죠.”
서용환 씨는 딸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노하우라면 노하우겠지만 강요에 의해서보다는 자발적으로 하기를 원했어요. 다행스럽게도 본인이 열심히 노력해줬죠.”
골프는 시간과 돈이 모두 투자되는 운동이다.
보통 주니어로 시작해서 프로가 되기까지 10년 이상 시간과 금전을 투자해야 한다. 프로가 된다 해도 우승을 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때문에 서두르기 보다는 믿음을 가지고 인내하며 최선을 다하는 길 뿐이다. “빠른 시간 안에 성적을 내기 위해서 강요하고 재촉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그런 부분은 자제했으면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선수 본인이 찾아서 하는 순간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의 골프대디들은 딸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왔고, 그 결실이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여자선수들의 승전보다.
한국 골프대디의 헌신적인 노력은 외국 선수들에게까지 전파됐다. 폴라 크리머(미국)는 조종사 출신의 아버지가 정년퇴직 후 딸의 뒷바라지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모건 프레셀(미국) 역시 할아버지가 골프대디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여자 선수들의 화려한 성공 뒤에는 아버지들의 애틋한 부정(父情)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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