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김현수“킬러광현이미워”vs김광현“삼진안당한현수형더미워”

입력 2009-01-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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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나보다 키 큰 사람 오랜만에 보네.” 김광현(21·SK)의 너스레에 김현수(21·두산)가 곧바로 받아친다. “인터뷰 하러 오면서 면도도 안 했어?” 지난해 프로야구를 빛낸 두 투타 영웅 덕분에 조용하던 스포츠동아 편집국이 시끌벅적해졌다. 2008 타격왕 김현수와 다승왕 김광현. 소속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고, 대한민국에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두 주역이다. 젊은 혈기로 무장한 이들이 스포츠동아 신년대담을 위해 만났다. 진지하게 야구 얘기를 이어가다가도, 금세 티격태격하며 삼천포로 빠지던 두 청년. 하지만 쉴 새 없이 풀어놓는 ‘수다’ 틈틈이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자부심과 각오가 엿보였다. 김현수와 김광현의 기축년 새해 기상도는 여전히 ‘맑음’이다. #Part 1 첫 만남 “고교생 광현이 그때도 잘 던졌다” “현수형 설렁치는데도 잘 치데요” -처음 만난 건 언제였죠? 서로 첫인상은 어땠나요. ▲현수=2005년 청소년 대표팀에서요. 광현이는 유일한 2학년이었는데, 어려 보여서 1학년인 줄 알았어요. ‘진짜 잘 던진다’고 감탄했었죠. 얼굴이나 폼이나 그 때랑 별 차이가 없어요. ▲광현=저한텐 전부 형들이어서 많이 배웠어요. 사실 현수형이 다니던 신일고를 제가 싫어했어요. 야구는 잘 하면서 왠지 열심히 안 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현수형도 설렁설렁 하는 것 같은데 잘 치니까 좀 얄밉고(웃음). 두산 가서 많이 변한 거라니까요. -그랬던 두 사람이 프로야구 MVP를 다툴 만큼 성장했네요. 라이벌 구도도 부각되고. ▲광현=전 좋아요. 더 노력하는 계기가 돼요. 앞으로도 저는 (김현수를 가리키며) 이 사람을 이겨야 하고, (김현수가 “뭐? 이 사람?”이라고 발끈하자 다시) 이 사람도 저를 이기려고 할 거고요. 사람들이 (류)현진이 형이나 현수형하고 자주 연결하는데, 저도 두 형들을 잡겠다는 의지가 생기니까 더 좋은 성적도 나는 것 같아요. ▲현수=전 제가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어요. 2007 시즌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작년에 이렇게까지 성적이 나서 저도 놀랐어요. 제가 언제 또 3관왕을 해보겠어요(웃음). 사실 전 광현이랑 묶이는 게 좋아요. 저보다 광현이가 좀 낫잖아요. 저는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거고요. #Part 2 첫 대결 “내 타구가 광현이 다리를 맞혔다” “무슨 소리? 난 삼진만 잡았는데…” -첫 맞대결은 기억이 나요? ▲현수=고등학교 때는 없었고, 2007년 한국시리즈(KS)가 처음이었죠. 그 때 제 타구가 광현이 다리를 맞혔어요. (김광현이 “난 삼진 잡은 것만 기억나는데?”라고 항변하자) 맞아요. 제가 삼진 많이 먹었죠(웃음). ▲광현=그 땐 현수형이 2번이었는데, 삼진이 적어서 중심타선보다 더 무섭더라고요. 타순 바꾸면 두산이 껄끄럽겠다 싶었어요. 근데 정말 형이 3번 치고 나서 펑펑 터졌잖아요. 뒤에 무서운 타자(김동주)가 있으니 더 부담 되고. -둘이 맞붙으면 아무래도 더 의식이 되겠어요. ▲광현=제가 삼진 적은 타자를 제일 싫어하거든요. 딱 현수형이죠. 작년 KS 앞두고 기록을 봤더니 성적은 12타수 1안타인데 삼진은 딱 1개예요. 나머지는 다 잘 맞은 타구. 다행히 야수 정면으로 많이 간 거죠. ▲현수=그러다 KS에서는 줄줄이 삼진(웃음). 사실 광현이 공은 치기 어려워서 늘 ‘하나만 노려야지’ 하고 나갔어요. 음, 이걸 말해버렸으니 올해는 바꿔야겠다. ▲광현=현수 형은 진짜 노림수가 없어요. 탁월해요. 직구든 변화구든 순간적인 대처가 진짜 뛰어나요. 투수 입장에서는 던질 때 ‘삼진이다!’ 하는 느낌이 있거든요. 근데 그걸 매번 파울로 걷어내니까, 김도 빠지고 던질 공도 없어지고 그래요. -둘 다 양 팀 감독의 굳은 신임 속에 성장했어요. ▲현수=저도 기사들을 보고 (감독님이 지켜보신다는 걸) 알았어요. 처음엔 걱정했죠. 초반에 잘 못할 때는 초조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김경문 감독님을 마주칠 때마다 “아직 젊으니까 자신 있게 하라”고 격려해 주셔서 용기를 얻었어요. 감독님, 김광림 타격코치님, 김민호 수비코치님은 제 은인이세요. ▲광현=저도 김성근 감독님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2군에 내려갔을 때도 제가 등판하는 날은 직접 와서 보셨거든요. 2군에 있는 형들에게 너무 미안하기도 했지만, 감독님께는 보답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에요. #Part 3 올림픽 그때… “대타 결승타…가장 행복한 야구” “날 붙잡고 울던 형들 못 잊어요” -아무리 신년대담이라도 올림픽 얘기를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한일전 승리의 주역들이잖아요. ▲현수=(예선전 대타 결승타를 떠올리며) 다시 하라고 하면 긴장해서 못 할 것 같아요. 그 때가 야구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때가 아닌가 싶어요. 전 제가 60살까지 야구를 할 수 있다면 대표팀도 60살까지 계속 하고 싶어요. 대표팀에 가면 야구를 더 할 수 있잖아요. ▲광현=사실 전 부담이 많이 됐어요. 예선 때는 ‘질 수도 있지’ 했는데, 준결승 때는 (군 미필자) 14명이 모두 “너만 믿는다”면서 심하게 부담을 주더라고요(웃음). ▲현수=맞아요. 우리끼리는 ‘하던 대로 하자, 괜히 이상한 짓 하지 말고 팀플레이 하자’ 그러다가도, 몸 풀고 있는 광현이한테는 “부담 갖지 말고 9회까지만 막아줘”, “나한테 타구 안 날아오게 해”라고 강조했어요. ▲광현=아직도 제 손을 붙잡던 (이)택근이 형의 촉촉한 눈망울을 잊을 수 없어요. 근데 정작 끝난 후에는 (이)승엽이 형 울고, (이)용규 형 울고 하니까 저는 안중에도 없고(웃음). #Part 4 우리의 목표 “타격왕 이름값 3할이 커트라인” “KS 3연패 무조건 무조건이에요” -조만간 또 대표팀에서 만나겠네요. 이변이 없는 한, 둘 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 발탁될 테니까요. ▲광현=그럼 당연히 또 이겨야죠. ▲현수=가면 목표는 무조건 전승 우승! 승부욕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편하게 하자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꼭 이기고 싶고. ▲광현=군 미필자가 별로 없어서 동기 부여가 안 된다고요? 포상금이 있는데(웃음).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동기 아닌가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현수=야구 말고는 재미있는 게 없어서 비시즌이 지루해요. 유일한 취미는 바다낚시. 일단 뻥 뚫린 바다를 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또 낚싯대를 물에서 빼면 물고기가 걸려있는데, 그 손맛이 묘해요. 초등학교 때는 어린이날에도 낚시하러 갔어요. ▲광현=전 그냥 자고 일어나면 스트레스가 다 풀려요. 평소에도 10시간은 자요. 12시간까지도 자 봤고요. 큰 경기 앞두고도 잠을 못 자는 일은 없어요. 보통 사람이 평생 30년 정도를 잔다던데, 저는 50년은 될 걸요(웃음). -이상형이 궁금하네요. 또 결혼은 언제쯤…. ▲현수=결혼은 늦지 않게 하고 싶어요. 이상형은 그냥 느낌이 좋은 여자. 제가 좀 까부는 성격이니까 그걸 잘 받아줬으면 좋겠고요. 또 제 키(189cm)가 크니 165cm는 넘으면 좋겠고요. ▲광현=전 그냥 착하고 저를 좋아해주면 돼요. 제가 야구선수니까, 내조 잘 하고 음식 잘 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가능하면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2009 시즌 목표는 뭔가요. 지난해 잘했으니 올해 고비가 올 수도 있는데. ▲현수=작년 KS 때 이미 고비가 왔잖아요(웃음). 사실 작년 만큼을 기대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대신 어떻게든 3할은 넘겨야죠. 이미 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으니 실망만 시키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어요. 2008년에 가장 자랑스러운 게 득점권 타율 1위였다는 거예요. 앞으로도 찬스에 강한 타자가 되고 싶어요. ▲광현=KS 3연패. 등판할 때마다 이기겠다는 각오로 던질 거고요. (투구폼이 역동적이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리가 아니냐는 말에) 오히려 전문가들은 몸이 유연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폼이라고 부러워 하던데요. 어릴 때부터 이렇게 던져왔고 아픈데도 없으니, 그냥 던지던 대로 하려고요. -새 시즌을 대비한 변화가 있나요? ▲현수=투수들의 투구 타이밍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스트라이드를 조금씩 좁히고 있어요. 타구에 좀 더 힘이 실리도록 손목 동작도 바꿀 거고요. 방망이도 더 무거운 걸 쓸 거예요. (“홈런 많이 치는 타자는 삼진 먹게 돼 있다”는 김광현의 농담에) 아냐. 수시로 바뀔 거야. 투스트라이크가 되면 아오키로 변신하는 거지(웃음). ▲광현=전 지금 던지는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의 컨트롤을 더 다듬는 데 신경 쓰려고요. 커브랑 슬라이더를 동시에 잘 던지기가 참 힘든 것 같아요. 하나가 잘 되면 다른 하나가 잘 안 되니까. -마지막 질문. 둘은 누구를 위해 야구를 하나요? ▲현수=물론 나를 위해서죠. 야구하길 참 잘한 것 같아요. ▲광현=저도 제가 좋아서 야구를 해요. 쌍둥이 동생들 생각도 나고요. 저 역시 한 번도 야구선수가 된 걸 후회해본 적이 없어요. 한 번 지면 꼭 되갚겠다는 근성이 있는 편이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이기려고 해요. ▲현수=그렇지, 승부욕! 야구선수들은 어쩔 수가 없다니까요(웃음). 진행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정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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