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는 1988년 생으로 이제 갓 스물을 넘었다. 중학생 역할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동안이었지만 생각은 깊었고 말투는 어른스러웠다.
“신인상도 받았으니 빨리 주연상도 받아야할 것 같다”고 덕담삼아 말하자, 곧 표정이 심각해진다.
“시상식에 갔는데 다들 키도 크고, 얼굴도 얼마나 예쁘고 작은지, 아무리 높은 구두를 신어도 못 따라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쓰 홍당무’에 이런 대사가 있었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 열심히 살아야 해’ 딱 그 마음이었어요. 운이 좋아 신인상을 받았지만 이런 행운이 다시 올 것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서우는 사실 ‘미쓰 홍당무’ 오디션에도 떨어질 뻔했다.
제작자 박찬욱 감독과 이경미 감독은 좀 더 불쌍해 보이는 외모를 원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형인 서우의 얼굴은 어울리지 않았다.
“다른 역을 노리고 오디션을 보러갔는데 저보고 중학생도 가능하겠다며 이 역을 주셨어요. 최대한 불쌍해 보이려고 눈 밑에 시커먼 다크 서클을 칠하고 주근깨도 수백 개 찍었어요.”
복이 많다고 운이 많다고 하지만 서우는 수십 차례 오디션에서 낙방하고 또다시 부족한 점을 고쳐나간 끝에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신인상이요? 숙제라고 생각해요. 신인상까지 받았는데 잘못하면 얼마나 창피해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숙제 앞으로 열심히 해야죠!”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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