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포기”…벼랑끝토트넘살아남기‘올인’

입력 2009-01-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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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FA)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는 박지성에게 희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FA컵 4라운드 상대로 결정된 토트넘의 해리 레드냅이 전력을 비축하기 위해 맨유와의 경기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 소식은 소위 살인적인 일정을 앞두고 있는 맨유와 퍼거슨에게도 좋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레드냅은 FA컵에 전력을 다 기울일 수 없는 이유가 토트넘이 EPL에서 우선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상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는 맨유전에 힘을 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벌어진 클럽 월드컵 우승으로 잉글랜드, 유럽 챔피언에 이어 세계 챔피언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맨유 못지않게 토트넘도 빡빡한 스케줄로 선수들의 체력안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다. 토트넘은 한국시각 7일 새벽 5시에 킥오프한 번리와의 칼링컵 준결승 1차 어웨이 경기를 4-1 대승으로 마무리 지었다. 번리는 2부 리그인 챔피언십 소속으로 풀럼, 첼시, 아스널을 꺾고 준결승에 진출한 자이언트 킬러로 상승세가 만만치 않았다. 경기 전 레드냅 감독은 이번 번리 원정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상대가 비록 돌풍의 팀이긴 해도 일반적으로 열세가 인정되는 하위리그 팀이고 만일 원정에서 승리한다면 홈에서 체력을 안배한 후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EPL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 레드냅이 토트넘 스쿼드의 체력을 걱정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크라이나 샤흐타르 도네츠크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는 UEFA컵 일정이다. 본머스를 시작으로 웨스트 햄, 포츠머스, 사우스햄튼, 그리고 다시 포츠머스를 거치며 총 1095경기라는 풍부한 매니저 경력을 자랑하는 레드냅은 현 토트넘 상황에서 EPL과 세 개의 컵 대회 모두에 매달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는 ‘컵 대회는 잊어라 우리는 일단 EPL에 살아 남아야 한다’며 그 첫 희생작품이 맨유와의 FA컵 경기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의 이런 판단은 이번 FA컵 4라운드 경기가 세계의 그 어떤 명문클럽도 힘겨운 승부를 펼쳐야만 하는 맨유의 홈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지는 단판승부라는 점도 한몫 했다. 레드냅은 한가지 확실한 것은 프리미어 리그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것은 단순히 돈 문제만이 아닌 모든 것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토트넘 홋스퍼는 훌륭한 클럽이고 반드시 EPL에 잔류해야 한다. 강등이라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는 맨유와의 대결을 걱정하지는 않지만 자신은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경기인줄은 아는 매니저라는 말로 맨유전에 최고의 멤버를 내보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레드냅 감독은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으로 거론되는 잉글리시 감독 중 대표주자이다. 한마디로 잉글랜드에서는 검증이 끝난 감독으로 퍼거슨이 인정할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그의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지난 해 포츠머스를 FA컵 챔피언으로 등극시키고 올 시즌 지리멸렬하던 토트넘을 감독으로 부임하자 마자 연전연승의 팀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다시 한번 확인됐다. 그러나 16경기에서 승점 18점을 쓸어 담으며 단숨에 최하위에서 강등권 탈출을 시킨 레드냅은 최근 승점 20점에 발목이 묶여 있는 상태이다. 이는 비록 골득실 차에 있어 앞서있긴 하지만 강등권에 있는 스토크 시티와 같은 승점으로 언제고 강등권으로 추락할 수 있는 불안한 상태이다. 이를 너무나도 잘 아는 레드냅은 “우리는 리그 테이블에서 좀 더 위로 치고 올라가야 한다. 그래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로 EPL에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용병술 탁월한 토트넘 감독의 선택 토트넘의 현 상황이 두려울 정도로 심각하다는 레드냅은 포츠머스에서 토트넘으로 약 1년 만에 다시 돌아오는 잉글랜드 대표이기도 한 저메인 데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300억 원에 달하는 이적이 성사된 직 후 레드냅은 자신이 포츠머스 감독이었다면 데포를 팔지 않았을 거라고 인정했다. 그는 포츠머스에서 데포를 팔 의향이 있다는 메시지를 받고 사실 놀랐다며 만일 자신이 포츠머스 감독 토니 아담스였다면 데포를 결코 팔 지 않았을 거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레드냅은 자신이 포츠머스 감독이었을 당시 데포를 영입한 것은 피터 크라우치와의 환상적인 조합 때문이었다며 돈 때문에 36경기에서 17골을 득점한 데포를 판 것은 단견임을 지적했다. 한편 레드냅은 마틴 욜 감독시절 벌어진 사건으로 토트넘 팬들의 눈 밖에 난 이집트 출신 미드필더 호삼 갈리에 대해서도 옹호하고 나섰다. 호삼 갈리가 마틴 욜 감독에게 불만을 품고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진 사고를 낸 2007년 5월 블랙번 경기 후 토트넘 서포터들은 그가 피치에서 몸을 풀기만해도 온갖 야유와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레드냅은 “갈리는 훈련도 열심히 하고 내가 부임한 이후 좋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제는 팬들이 용서해줄 때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갈리가 비록 실수를 한 번 저지르긴 했지만 그것으로 그의 축구인생을 끝내게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팬들의 이해를 구했다. 토트넘의 EPL잔류라는 사명을 부여 받은 레드냅은 데포를 어떻게 활용할 줄을 정확히 알고 있고, 갈리와 함께 최고의 역량을 도출해낼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번리의 돌풍을 압승으로 잠재우고 칼링컵 결승을 사실상 확정한 해리 레드냅. 그가 지난 시즌 FA컵에 이어 2008/2009칼링컵을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역시 결승진출이 유력한 맨유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FA컵과는 다른 그의 선택이 주목된다. 요크(영국) | 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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