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김“2년차징크스라뇨?더강해진걸요”

입력 2009-0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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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정확도-그린적중률등크게향상…‘무서운뒷심’돋보여
 ‘라이언 킹’ 앤서니 김(24·나이키골프·사진)이 주위에서 우려하던 ‘2년차 징크스’를 넘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차세대 스타’의 자리를 예약했다. 앤서니는 12일(한국시간) 끝난 시즌 개막전 메르세데스-벤츠챔피언십에서 제프 오길비에 이어 공동 2위에 오르며 ‘2년차 징크스’를 훌쩍 넘어섰다. 2년차 징크스(Sophomore jinx)는 스포츠 스타들에게는 마법과 같다. 데뷔 첫해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주목을 받지만 이듬해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등으로 슬럼프에 빠지는 일이 많다. 2007년 국내남자 골프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김경태(23·신한은행)는 지난해 지독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2007년 3승으로 다승과 상금왕을 휩쓸었지만 지난해 무관으로 시즌을 마감하며 존재감마저 흔들렸다. 앤서니를 바라보는 시선 중에도 2년차 징크스를 걱정하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개막전에 출전한 앤서니는 주변의 우려를 보란 듯이 씻어냈다. 2년차 징크스는 커녕 데뷔 첫해보다 더 강해진 모습으로 ‘차세대 스타’로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데뷔 초 앤서니는 들쭉날쭉한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데뷔전이던 봅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에서 공동 3위에 오르며 돌풍을 예고했지만, 다음 대회인 뷰익인비테이셔널과 FER오픈에서는 공동 67위와 공동 30위로 신통치 않았다. 이후 4개 대회에서는 3차례 컷오프 당하기도 했다. 잘 되는 날에는 버디 쇼를 펼쳐 보이는 반면, 게임이 잘 풀리지 않으면 스스로 포기하는 경향이 높았다. 루키답게 경험부족이 자주 드러났다. 지난 12월 열린 쉐브론챌린지에서는 연속해서 터진 어이없는 실수에 자멸했다. 4라운드 14번과 15번홀에서 한꺼번에 4타를 잃으면서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14번홀에선 티샷 실수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 2타를 까먹었고, 15번홀에서는 티샷을 개울에 빠뜨리면서 더블보기로 자멸하고 말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출발은 좋지 않았다. 2언더파 71타로 공동 11위에 올랐지만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았다. 94.4%의 높은 그린 적중률에도 불구하고 퍼트 수가 33개로 뒷받침되지 못했다. 2라운드에서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자칫 하위권으로 추락 할 뻔 했지만 앤서니는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는 노련한 경기운영을 선보였다. 1라운드에서 33개까지 치솟았던 퍼트 수는 2라운드에서 30개로 줄었고,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는 29개로 안정을 찾았다. 자신감은 드라이버 샷으로 이어졌다. 첫날 다소 바람이 강했던 탓도 있지만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가 257.5야드로 저조했다. 그러나 2라운드부터 공이 바람을 갈랐다. 2라운드 278야드, 3라운드 303야드, 4라운드 297.5야드로 30야드 이상 멀리 쳤다. 특히 4라운드 18번홀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이글 샷은 달라진 앤서니 김의 진수를 볼 수 있었다. 16번홀까지 17언더파로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하던 앤서니는 17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1타차 5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같았으면 위기에 흔들려 또 다른 실수가 이어질 순간이었다. 그러나 달라진 앤서니는 마지막 18번홀에서 과감한 플레이로 천금같은 이글을 뽑아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티샷으로 381야드를 보낸 뒤, 273야드를 남기고 과감히 3번 우드를 꺼내 2온을 시도했다. 볼이 홀 바로 옆에 멈춰서면서 알바트로스와 다름없는 이글을 만들어냈다. 이 한방으로 단숨에 2위로 순위를 끌어 올린 앤서니는 5위 상금보다 26만 달러가 더 많은 52만 3500달러의 상금을 손에 넣었다. 한화로 3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도 앤서니는 자신감이 넘쳤다. “오늘 59타를 예상했다”며 웃음을 터뜨린 앤서니는 “후반 들어 그린의 라인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며 아쉬워했다. 데뷔 2년차를 맞은 그의 모습은 당당하고 여유가 넘쳐났다. 특히 실수 뒤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선 2년차 징크스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앤서니는 15일부터 하와이 호놀루루에서 열리는 소니오픈은 건너뛰고 22일부터 열리는 봅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에서 시즌 첫 승 사냥에 재도전한다. 주영로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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