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피플]롯데양상문2군감독“2군도좋다,가족과함께라면…”

입력 2009-01-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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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양상문(48) 2군 감독은 지난해 말 고향 부산으로 돌아왔다. 지난 두 시즌을 함께한 서울팀 LG에게 작별을 고한 후였다. 한 때는 롯데 1군을 지휘했지만 이번에는 2군을 책임진다. “롯데 복귀는 마치 순리처럼 이뤄진 일이다. 야구 지도자가 아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결정한 일”이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참 편안했다. 물론 여전히 바쁘다. 상동 구장에서 진행된 2군 마무리 훈련이 끝나기가 무섭게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투수코치로 선임됐다.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함께 휴식 기간을 고스란히 대표팀 구성과 전력 분석에 쏟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승률 5할만 넘길 수 있다면 야구 지도자는 최고로 매력 있는 직업”이라고 여긴다. 1군이든 2군이든, 현장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WBC로 ‘지도자 태극마크’ 양 감독은 선수 시절 국가대표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고교 시절 청소년 대표를 거친 게 전부다. 그런데 코칭스태프로는 벌써 세 번째 태극마크를 달았다. 시드니올림픽 지역예선,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그리고 이번 WBC. 이른바 ‘도하 참사’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을 법도 한데, 그는 “멤버들이 당시보다 훨씬 좋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를 짊어지는 선수들이니 능력이나 장래성 면에서 1회 WBC 때보다 떨어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신의 역할은 “각 팀에서 모인 최고의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도록 돕는 일”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이미 머리 속에서 투수 운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있다는 그는 “하와이 전지훈련이 끝난 뒤 김인식 감독님과 상의해 최상의 조합을 구성할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지도자든 해설가든 ‘막힘없이 척척’ 양 감독은 롯데-청보-태평양을 거쳤던 프로시절, 빼어난 제구력으로 이름을 날렸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코너워크가 일품이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의 명성은 당시를 뛰어넘었다. 1994년 롯데 투수코치로 선임된 이후 1998년과 2006년을 제외하면 매년 현장을 지켰다. 2004년과 2005년에는 롯데 감독까지 역임했다. 지난해 8년 만의 4강 진출을 이뤄낸 롯데가 다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이유도 ‘지도자 양상문’의 능력을 인정해서였다. 그는 또 2006년 MBC ESPN 해설자로 활약하는 동안에도 정확한 분석과 폭넓은 지식으로 전문가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내가 연륜 높으신 감독님들에 대해 평가하기는 힘들다. 좀 더 지도자 경험을 쌓고 환갑을 넘어서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내가 있을 곳은 현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롯데 택한 이유?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사실 롯데 2군 감독의 길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족’이다. 아들 성화(17)·승윤(15)군과 딸 주화(13)양을 두고 있는 양 감독은 “2년 객지 생활을 하는 동안 철학이 달라졌다.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을 위해 아빠가 곁에 있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한 아들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과 자주 얼굴을 보고 서로 싸우기도 하면서 정이 쌓이는 것 같았다”는 얘기다. 그렇게 정든 고향에 안착한 그는 “2군에서 한발 떨어져서 나무가 아닌 ‘숲’을 봐도 좋을 때라고 생각했다. 한참 아이들을 걱정하던 찰나에 롯데에서 제의가 왔으니 ‘순리’ 아닌가”라고 했다. 그라운드에서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던 그에게 따뜻한 가장의 면모가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두고 온 LG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 다만 2년간 LG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한 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는 부분. 그는 “무엇보다 지난해에 내가 책임지는 투수 쪽이 무너진 게 아쉬웠다. 선수들이 많이 다치면서 그로 인해 연쇄 붕괴가 온 상황도 힘겨웠다”면서 “특히 봉중근이 15승을 하고 골든글러브를 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마침 투수진의 시즌 마무리 파티가 열리던 날, 양 감독의 이적이 발표된 점도 곤란한 우연이었다. 가르치던 선수들과의 인연을 채 끝맺지 못한 지도자의 발걸음이 가벼울 리 없다. 양 감독은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내려온 게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 ○롯데, 내 마음의 고향 한 때는 롯데에 서운한 마음도 있었다. 4년 연속 최하위에 맴돌던 롯데를 2005년 5위까지 올려놓고도 감독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도 선수를 보면서 길게는 3-4년, 짧게는 1-2년씩 계획을 세운다. 2007년이나 2008년 정도 팀이 최고치에 오르겠다고 구상하고 있었는데 그 흐름이 끊겨서 아쉬웠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 하지만 그는 “구단이 성적을 위해 코치를 바꾸고 감독을 바꾸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담담히 받아들였다. 이제는 오히려 다시 불러준 롯데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크다. 앞으로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그는 “남들은 일부러 미국 유학도 다녀오지 않나. 하지만 나는 메이저리그 출신 감독을 직접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했다. 롯데 2군에 즐비한 유망주들도 양 감독을 설레게 한다. 그는 “1-2년 안에 제대로 만들 수 있겠다 싶은 선수들이 3-4명 있다. 앞으로 독하게 키워보려고 한다”면서 “좋은 선수를 보면 지도자도 희망이 생긴다. 가르치면서 성장해 가는 걸 보면 듬직하기도 하다. 그들 덕분에 나도 새로운 의욕이 생겼다”며 밝게 웃었다. 부산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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