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영“난새신랑이고돈독올랐을뿐이고”

입력 2009-0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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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제 ‘돈독’이 올랐어요. 야구 더 잘하고 싶네요.” 히어로즈 좌완투수 마일영(28)은 자신을 두고 스스럼없이 “돈독이 올랐다”고 표현했다. 평소에도 천진난만한 성격에 꾸밈없는 말투로 만나는 사람을 즐겁게 하지만 ‘돈독이 올랐다’는 솔직한 표현을 들으니 ‘대략 난감’했다. 그러나 설명을 듣고 보니 돈독이 오를 이유는 충분했다. 지난해 연봉 5000만원에서 120% 인상된 1억1000만원에 재계약했다. 2000년 프로 데뷔 후 처음 만져보는 억대 연봉. 지난해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11승(11패)을 올렸고, 방어율 3.49로 생애 최고의 성적을 냈다. 그는 투박한 겉모습과는 달리 마음이 순수한 선수다. 프로 초년병 시절, 자신의 연봉도 적었지만 모교에 야구용품을 사서 선물하기도 했다. 그것도 대전고와 충남중에는 1000만원 가까이 하는 피칭머신을 사주고, 대전 신흥초등학교에는 야구부원 전원에게 가방과 야구점퍼를 선물했다. 그러나 그 사실은 구단 직원들조차 몰랐고, 팀내에서도 최근에서야 소문을 타고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한 일인가요”라고 반문하더니 “그 학교들이 있어서 야구선수 마일영이 있는 거니까 선물했을 뿐이에요”라며 쑥스러워했다. 19일 훈련이 끝난 뒤에는 팀원들에게 근사하게 저녁도 샀다. 11일 초등학교 동창인 모윤선씨와 결혼식을 올렸을 때 축하해준 데 대해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데뷔 2년째인 2001년 10승을 올린 뒤 지난해 생애 2번째 두자릿수 승리를 올리면서 야구하는 재미도 부쩍 늘었단다. 2004년 말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한 뒤 오랫동안 재활훈련에 매달려온 그는 “마운드에 서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승수를 목표로 세우지 않았다. 그는 “투수 혼자 잘 한다고 승리투수 되는 것도 아니고, 투수가 못 던져도 타자가 잘 쳐주면 승리하잖아요. 몇승 하겠다고 목표 세웠다가 못 채우면 괜히 마음고생 하죠. 타자 원망하고. 그냥 로테이션 안 빠지는 게 목표에요. 마흔살까지 야구를 하고 싶으니까 앞으로 10년 정도 남았잖아요. 가족도 생겼고, 좋은 일 많이 하려면 돈도 많이 벌어야죠. 그래서 전 돈독이 올랐어요”라며 웃었다. ‘돈독’이 오른 새신랑은 이번 설에는 어여쁜 신부를 데리고 대전 고향집으로 내려가 설을 쇨 수 있어서 또 즐겁다. 위로 누나 1명을 두고 있는 외아들인 그는 “아내 혼자 집에 보내 일하게 만들까봐 KTX표 2장을 어렵게 구했어요”라며 깨소금 쏟아지는 신혼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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