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예언“올해대박은전병두”…147km어깨+칭찬마법=기적

입력 2009-01-2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7년 봄 일본 오키나와 캠프. SK 김성근 감독은 갓 3루수로 전향한 최정을 두고 이렇게 예언했다. “쟤는 뭘 해도 될 놈이야.” 하나 더. 2007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틀 뒤 인터뷰. 김 감독은 또 이렇게 예언했다. “김광현은 앞으로도 쉽게 안 나올 대형선수가 될 에이스 재목이다. 내년 스타는 김광현이 될 것이다.” 그리고 2009년 일본 고지 캠프에서 김 감독은 “2009년은 전병두”라는 세 번째 예언을 꺼내놓았다. 심지어 김 감독은 “지금 구위면 SK 투수 중 최고”라고까지 단언했다. 김광현보다 낫다는 얘기다. ‘만년 유망주’ 전병두(25)가 기대 받지 않은 캠프가 있었냐고? 시계바늘을 돌려보라. 2년 전 최정이, 1년 전 김광현이 지금과 같은 ‘황제주’가 될지 알아본 사람이 몇이나 있었는지. ○전병두의 환부는? 두산 시절부터 전병두의 별명은 ‘아닙니다’였다. 뭘 물어봐도 ‘아닙니다’란 대답으로 시작했다. 병적으로 소극적이고 수줍음이 많았다. 전병두의 약점은 어깨가 아니라 심장과 머리였다. 긍정적이지 못했고, 자기를 못 믿었다. 그래서 두산-KIA를 거쳐 SK까지 흘러왔다. 지난해 SK에 와서 전병두는 김광현과 똑같은 투구폼 개조 코스를 밟았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조차 끼지 못했다. 김 감독이 붙잡고 가르쳤어도 안됐다. 몸이 아닌 정신이 극복되지 않아서였다. 그를 지켜본 계형철 2군 감독은 말한다. “공을 보면 최고인데 폼에 확신을 못 가진다. 자기가 최고란 생각만 가지면 되는데 안 된다. 이런 선수는 혼낼 수도 없다. 완전히 좌절할 수 있다. 김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뺀 것도 그래서다. 큰 경기에서 맞았다간 치명적 내상을 입을 수 있다.” ○리더의 말이 지니는 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김광현에게 물은 적이 있다. ‘예전과 뭐가 달라졌느냐’고.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다. 딱 하나, 자신감이 생겼다”란 답이 돌아왔다. 벌써 시속 147km를 뿌리는 좌완 전병두 역시 마구가 필요한 게 아닐 것이다. 김 감독의 전병두 칭찬 세례와 예언은 과연 누구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일까. 김 감독의 예언은 가만히 앉아서 운명을 기다리는 게 아니다. 자기 예언대로 되도록 유도하는 마법이다. 그 주문은 바로 칭찬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