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KBO총재도정치인?”

입력 2009-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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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강승규(46·마포 갑·초선) 의원이 우여곡절 끝에 제20대 대한야구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대한야구협회는 29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2009년 정기 대의원총회를 열어 강 의원을 4년 임기의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강 의원은 민경훈 전 회장과 비공개 표 대결에서 11-9로 가까스로 이겼고, 이후 대의원들이 강 의원을 단독 추대하는 형식으로 회장직에 올랐다. ○코미디 같은 추대 강 의원은 그동안 그를 ‘옹립’하려는 몇몇 대의원의 입을 통해 출마설이 나돌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힌 적은 한번도 없었다. 총회 장소인 올림픽파크텔에 미리 도착, 대기하고 있다가 회장이 되자 그제서야 나타났다. 대부분 야구관계자들은 물론이고, 회장 선출권을 가진 일부 대의원들 역시 그의 얼굴을 그때서야 처음 봤다. 특히 그를 회장 후보로 직접 추천한 한 대의원은 현장에서 강 회장의 비전(?)을 담은 A4 용지 3장짜리 조잡한 ‘홍보물’을 돌렸는데, 첫 장에서 ‘후보 약력’을 ‘후보 양력’으로 잘못 표기해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민 전 회장측 한 대의원은 “강 의원이 직접 홍보물을 작성했다면 ‘양력’으로 썼겠느냐”며 의도적으로 강 의원을 ‘야구계로 끌어온’ 사람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커지는 우려의 목소리 총회에 참석한 한 야구인은 “몇몇 부도덕한 지방 대의원들이 뜻을 합쳐 정치인 회장을 데려왔다”며 “이번 일로 대한야구협회는 20년 이상 후퇴했다”고 분개했다. 또 다른 한 야구인은 “신임 강 회장이 다른 정치인 회장처럼 허울 좋은 명예만 취하고, 야구일은 자신을 밀어준 대의원들에게 맡기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을 민 대의원들은 현 집행부와 대한야구협회 사무국의 무능이 ‘정치인 회장을 모셔오는’ 사태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 회장측 인사들은 그동안 아마야구 내에서 ‘건전한 비판 세력’보다는 십수년씩 지방 야구협회 타이틀만을 내걸고, 야구발전과는 거리가 먼 ‘토호 세력’처럼 여겨져 왔던 게 사실이다. ○KBO도 똑같이? 과정이야 어떻든 대한야구협회장으로 정치인 출신인 강 회장이 선출되면서 총재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차기 수장 선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또다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프로 각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통상 매년 1월에 전년도 결산과 새해 예산을 심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곤 했는데, 총재 공백이 길어지면서 2월을 코앞에 둔 지금도 이사회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추대가 무산된 뒤, 각 구단이 눈치만 보고 이래저래 시간만 흐르면서 ‘이번에도 결국 정치인이 오는 게 아니냐’는 한숨만 늘어나고 있다.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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