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여보어깨펴요,우린아직젊잖아요

입력 2009-02-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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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저희 부부가 결혼한 지 10주년 되는 해입니다. 사실 신랑 자취방에 들어가 숟가락 한 벌 더하고 겸상하며 시작해서 ‘함께 살기 시작한 지’ 10년이라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 부부의 연을 맺으며 한 가지 약속한 게 있습니다. 결혼 10주년에는 우리도 비행기 타고 제주도로 신혼여행 한번 가보자는 너무나 소박한 꿈이었습니다. 저희 부부에겐 정말 꼭 이뤄보고 싶은 가슴 설레는 희망이었습니다. 그간 누구 못잖게 열심히 살았습니다. 겨울이면 보일러 트는 대신 내복을 입었고, 입덧 때문에 과일이 먹고 싶어도 “여보 과일은 약간 숨이 죽어야 달아요” 하면서 떨이 과일을 사먹었습니다. 애들 낳고는 모유 잘 나오게 하려고 두유를 어찌나 먹었는지, 전 지금도 두유를 못 먹는 답니다. 신랑은 공사장이며, 택배며, 대리운전까지 하며 돈을 벌었고 저 역시 재봉일, 실밥 뜯는 일 하며 저희 부부 모으고 또 모았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전셋집도 마련했습니다. 참 그거 얻었을 땐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습니다. 그 후로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이제 7년 남았어’, ‘이제 5년 남았다’ 생각하며 저희 부부 나란히 카운트다운을 하며 기쁨을 나누었답니다. 막상 10년이 된 올해, 저희 부부는 제주도로 떠나지 못했답니다. 작년에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남편이 실직 당하고 말았습니다. 원래 택배 일을 했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배달해야 될 물량이 몇 배로 많아졌던 모양입니다. 값비싼 노트북 하나를 분실인지 도난인지 모르게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당사자와 보상하고 조용히 처리하려 했는데, 그 분이 본사로 항의전화를 해서 다음날 바로 해고되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다른 업체를 통해서라도 다시 일을 시작하려 했는데, 그 전력 때문에 받아주는 곳도 없었습니다. 공사장을 찾아가도 일이 없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수입이 뚝 끊어지자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큰애 유치원비도 걱정이고, 쌀 떨어져 가는 독을 보며 마음이 철렁철렁 했습니다. 집을 줄일 요량으로 급하게 집도 내놔봤지만, 보러 오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오래 고민 끝에 제주도 가려고 모아놓은 적금을 해약했습니다. 은행에 가서 해약하고 돈 받아 나오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제주도에 못 가는 것보다도 뭐 이리 사는 게 팍팍하기만 한지…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도 눈두덩이가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습니다. 큰애가 제 귀에 대고 조용히 말해줬습니다. “엄마, 아빠 울었어”라고… 하지만 저희 부부 주저앉을 수만은 없습니다. 적금 해약하고 받은 돈 300만원, 모을 때 걸린 시간과 달리 떨어지는 건 금세였습니다. 그냥 들고 있지 말고 새로운 일을 찾아야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요즘 알아보고 있는 일이 바로 ‘반찬장사’입니다. 버스 타고 15분 정도 가면 농산물시장이 있습니다. 저녁에 가면 나물을 싸게 살 수 있습니다. 또 근처에 농사짓는 마을과 재래시장이 있어 반찬을 댈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채소 키우는 방법도 배우고 있습니다, 농사짓는 마을 찾아가서 주민들께 열심히 인사하며 안면도 트고 있습니다. 싸게 좋은 채소 구입하려고 작업 중인데, 잘 해 주실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든 잘 사귀어 보려구합니다. 밤마다 반찬 만드는 법도 연구하고 있는데, 가족들 먹는 것과 달라서 준비할 것도 이것저것 참 많습니다. 요즘 이래저래 밤에 잠이 잘 안 오는데, ‘혹시 누가 알아? 10주년에 시작한 이 일이 엄청난 대박을 안겨줄지. 10주년이라고 제주도 대신 더 큰 선물을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잖아’라고 생각합니다. ‘반찬장사’ 대박 났으면 좋겠습니다. 강원 원주|김은아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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