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생선살발라주는아들…다컷네!

입력 2009-02-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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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은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됩니다. 이 녀석이 어쩐 일인지 작년 2학기 중간고사 때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반에서는 2등을 하고, 학교 전체 성적은 총 290명 중에서 19등을 했다며 제 앞에 성적표를 자랑스럽게 내놨습니다. 저는 평소에 말을 잘 안 듣는 녀석이 성적이라도 쑥 올라주니 기특한 마음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녀석이 좋아하는 피자에 통닭까지 시켜주며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를 해줬습니다. 하지만 어디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건지 거의 공부를 하지 않고 빈둥거리기만 하는 겁니다. 제가 좀 열심히 좀 하라고 하면, 알아서 잘 하고 있다고 대답만 합니다. 그러더니 기말고사를 보고 돌아온 날에, 제가 시험 잘 봤냐고 물어봐도 속 시원하게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괜히 제 앞에서 심통만 부리는 겁니다. 하지만 시험기간 중이니까 아들에게 별 말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기말고사가 끝난 지 얼마 안돼서 학교에서 ‘2학기 기말고사 성적표 발송함. 방학 중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 지도 바랍니다’라고 문자메세지가 왔습니다. 전 며칠 후면 성적표를 받아 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겨울방학 한지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성적표를 꺼내놓지 않는 겁니다. 그 이유를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방학해서 집에 있는 아들 녀석이 우편함만 바라보고 있다가 성적표가 도착한 날 슬쩍 가져다가 혼자서만 보고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 저도 다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제가 학교 다녔을 때 저 역시도 성적표를 숨기는 경험을 해봤던 터라 아들에게 채근하지 않고 모르는 척 그냥 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퇴근해서 집에 들어서니 아들 녀석이 방안에서 혼자 성적표를 펼쳐보고 있었습니다. 전 이때다 싶어서 “성적표 왔냐? 어디 아빠도 좀 보자”라고 했더니 이 녀석이 성적표를 꽉 움켜쥐고는 성적이 잘 안나왔다면서 절대 보여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거의 빼앗다시피 해서 성적표를 봤는데, 중간고사 때 비해 성적이 뚝 떨어져있는 겁니다. “거봐라. 공부도 꾸준히 해야지, 그렇게 했다가 놀다가 그러니까 성적이 떨어지지”라며 제 딴엔 부드럽게 타이른다고 말을 하고 아들에게 성적표를 다시 돌려줬습니다. 그러자 이 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받아든 성적표를 제가 보는 앞에서 구겨버리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보니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래서 “이 녀석아, 성적이 안 좋게 나왔으면 ‘아빠, 이번에는 잘 못 봤어요. 다음에는 잘 할게요’라고 말하면 되지, 어디 아빠 앞에서 성적표를 구겨!”하고 호통을 쳤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반항을 하는지 인상을 확 쓰면서 ‘아이씨∼’이러는 겁니다.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아들이 보는 앞에서 그 성적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습니다. 그런데도 이 녀석이 끝까지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를 안 했습니다. 전 이런 아들이 참으로 괘심하고, 애를 잘못 키운 건가 자책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같이 저녁을 먹는데 이 녀석이 생선살을 발라서 제 밥 위에 얹어주는 겁니다. 그 순간 아들에 대한 미운 마음도 싹 사라졌습니다. ‘이 녀석이 그새 크긴 컸구나’하고 마음이 짠했습니다. 우리 아들 이번 일로 반성 많이 했겠죠? 올해는 중학교 3학년 중요한 시기이니까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꼭 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전북 전주 | 노한형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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