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Black&White]한국기원의고민‘최강이냐최선이냐’

입력 2009-0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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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블랙&화이트(스포츠동아 2일자)에서는 국제기전인 후지쯔배와 응씨배 결승진출자에게 주어지던 프로기사 병역특례가 폐지되고 대신 아시안게임(1위)과 올림픽(3위 이상) 메달리스트에 한해 혜택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다. 아울러 지난해 연말 병무청으로부터 이 같은 ‘엄청난’ 사실을 통보받고도 석 달 가까이 쉬쉬하다 몇 줄짜리 무성의한 통지문 한 장, 그나마 한국기원이 아닌 선수협의회 성격의 프로기사회장 명의로 프로기사들에게 통보한 한국기원(이사장 허동수)의 무책임 행정에 대해서도 다뤘다. 오늘은 그 후속으로 선수선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어차피 결정된 사안을 뒤집을 수는 없는 노릇.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프로기사들의 시선은 이제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쏠려 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국가대표 선수 팀을 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벌써부터 바둑계 일각에서는 선수 선발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2008년 세계마인드스포츠대회 개최 당시 날림으로 선수를 선발했다가 중국, 일본에서 정상급 기사들이 출전한다는 소식에 허동수 이사장의 지시로 허겁지겁 대표팀을 재구성했던 한국기원의 ‘전과’가 잊혀지지 않는 까닭이다. 지금까지 한국기원은 ‘최강의 팀을 뽑기 위해서는 랭킹’,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선발전 개최’라는 공식을 따라 왔다. 그런데 랭킹으로 선수를 선발하게 되면 1위부터 5위까지 국내 최정상 기사 중 병역특례 대상은 원성진 9단 한 명에 불과하다. 10위까지 최대한 넓혀 봐야 네 명. 이세돌, 이창호, 박영훈, 최철한 등 대표적인 기사들은 이미 다 혜택을 받거나 면제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원 선발전을 통해 뽑자니 자칫 ‘최강의 팀’이 아닌 ‘최선의 팀’이 만들어질 우려가 없지 않다. 대회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팬들의 집중포화를 각오해야 한다. 설상가상 프로기사들의 군 혜택을 ‘물밑 이유’로 혜택 대상자들로만 대표팀을 꾸렸다간 그야말로 제 삽으로 무덤을 파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 야구대표팀이 비슷한 사례로 팬들로부터 ‘군미필 대표팀’이란 비아냥을 들었던 일도 있었다. 한국기원으로선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기사들로 출전이 제한될 경우 대표구성권을 대한바둑협회에 넘겨주어야 하는 고충도 있다. 프로기사들의 병역혜택과 관련해 기존 국제기전의 국제스포츠대회 인정, 아시안게임 종목 수성, 올림픽 입성, 대표팀 구성에 이르기까지 한국기원과 바둑계가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첩첩이 쌓이게 됐다. 8년에 걸쳐 두 차례 연임하고 있는 허동수 이사장의 결단력과 역량도 더불어 시험대에 올랐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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