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아끼면서사는게흉은아니잖아요

입력 2009-0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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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은 항상 온도를 18도에 맞춰 놓고 삽니다. 춥긴 좀 춥습니다. 하지만 추워서 못살 정도는 아닙니다. 일단 거실에 전기매트 깔아서 아이들 텔레비전 보거나 책 볼 때엔 전기 올려서 따뜻하게 하고 봅니다. 전기매트 밖으로 나가면 바닥이 차고 춥지만 그래도 내복 입고, 양말 신고하면 괜찮습니다. 잘 때도 전기매트 위에 목화이불 두툼한 거 덥고 자면 우리 애들은 덥다고 이불을 발로 다 걷어낼 정도입니다. 제가 이렇게 아끼는 이유는 올해엔 작은아이도 유치원을 다녀야 하고 경제 사정도 안 좋고 하니 최대한 아끼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제가 이렇게 아낀다고 뒤에서 험담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저희 옆집 엄마가 놀러왔는데, “이 집은 왜 이렇게 추워? 아휴∼ 이러다 애들 감기 걸리겠다. 난방 좀 해∼ 집이 완전히 냉골이잖아. 애들 춥다고 떠는 거 안 보여∼” 하면서 춥다고 난리를 피우는 겁니다. 제가 “추워? 이 정도면 견딜만한데∼ 이쪽으로 앉아. 전기 매트 위에 있으면 괜찮아” 하면서 얼른 전기매트 온도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한 10분 정도 있었나? “안되겠다. 이 집에 더 있다간 우리 애들 감기 걸리겠어. 나 집에 갈게 다음에 봐” 이러면서 오자마자 자기애들 데리고 금방 가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며칠 후 알고 지내던 몇몇 엄마들이 제게 그러는 겁니다. “자기네 이번 달 가스요금 얼마 나왔어? 얘기 들으니까 자기 엄청스럽게 아낀다면서? 아끼는 것도 좋지만 추워서 시베리아 벌판 같다던데… 애들 생각해서 난방 좀 해”이러는 겁니다. 정말 기분이 나빴지만, 꾹 참으면서 “시베리아 벌판은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 애들 이번 겨울에 감기 한번도 안 걸렸어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어머 그래? 호호호. 그 집은 너무 추워서 감기 바이러스도 못 사나보다∼ 호호호” 이러면서 웃는 겁니다. 정말 화가 났지만 “아낄 수 있으면 아끼는 게 좋은 거 아니에요? 저희는 이제 적응이 됐는지 약간 춥게 지내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했는데 이번에 또, “그래도 손님이 갔으면 음료수라도 한잔 주지 그랬어. 아낀다고 물도 한 컵 안 줬다면서?” 이러는 겁니다.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며칠 전에 놀러왔던 옆집 엄마가 소문을 퍼트린 게 분명했습니다. 저희 집에 10분도 안 앉아있고 갔으면서, 주변 엄마들한테 자기가 갔는데 커피 한 잔 안 주더라며 그렇게 제 험담을 했을 겁니다. 참, 제가 아끼며 산다고 남한테 피해주고 사는 것도 아닌데, 다들 왜 그러는 건지… 게다가 저희 집인데 춥든지, 덥든지 그게 무슨 상관이래요? 우리 식구들한테 그 온도가 맞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너무 한다 싶었습니다. 제가 그렇다고 무턱대고 자린고비처럼 아끼는 건 아닙니다. 추위 많이 타는 저희 시댁 식구들이나 손님이 오면 가스비 좀 더 낼 거 작정하고 난방 많이 합니다. 남편이 들어와서 온도 좀 올리자고 하면 바로 바로 올려서 따뜻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요 며칠 저희 집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온도를 낮춰 놓고 살았을 뿐인데, 그걸 흉을 보다니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그래도 가스요금 고지서 볼 때는 정말 뿌듯합니다. 다른 집들과 슬쩍 비교도 해보는데, 저희 집만큼 적게 나온 집도 없었습니다. 겨울철에 실내온도 높다고 아이들 감기 안 걸리는 거 아닙니다, 환기만 자주 해주면 아이들 건강은 걱정 없답니다. 앞으로도 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상관없이 제 소신껏 살 겁니다. 아껴서 잘 사는 거 결국 우리 집에 돌아오는 복이니까요! 서울 금천|이정민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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