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듬직한울아들은나의희망

입력 2009-02-09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3


제게는 서른아홉에 얻은 늦둥이 아들이 있습니다. 위로 누나가 둘이 있는데, 지금 대학생, 고등학생이고 아들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유치원 다닐 때는 직장 다니기가 수월했는데, 초등학교 입학한 후에는 매일 챙겨야할 준비물이 많아서 어찌나 힘든지 모릅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살림만 해서는 세 아이 교육시키기가 수월치 않아 새벽마다 신문 배달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둥이 아들이 겨울방학을 하자, 신문배달 하는 걸 도와주고 싶다면서 새벽에 같이 나가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 마음이 예쁘고 고마웠지만, 새벽에 일어나면 잠을 충분히 못 자니까, 키 크는데 지장도 있을 것 같고 안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도 자꾸만 엄마 일하는 것 도와주고 싶다고 졸라대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그럼 너 스스로 엄마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 봐. 엄마는 절대 안 깨워줄 꺼니까”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누나 알람시계를 새벽 2시 40분에 맞춰놓고 잠을 잤습니다. 아들이 먼저 잠드는 걸 보고 저는 또 고민이 됐습니다. 아무리 하고 싶다고 해도, 저 혼자 일하는 게 훨씬 빠릅니다. 또 일하는 곳이 외진 곳이라 가파르고 위험한 길을 자전거 타고 올라가야 하니까 아들이 쫓아다니면 신경 쓰일 것 같았습니다. 결국 아들 몰래 그 알람을 눌러서 끄고, 다음날 새벽에 저 혼자 나갔다 왔습니다. 그랬더니 아들이 “엄마 나 왜 안 데려갔어∼ 내가 엄마랑 같이 가고 싶다고 벌써부터 얘기했잖아∼ 진짜 너무해!!”하면서 투덜거렸습니다. “알람 울려도 네가 일어나지도 않고 계속 자던 걸 뭐. 엄마가 그랬잖아. 너 스스로 일어나야 같이 갈 거라고” 하면서 살짝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 다음 날 알람시계가 삐리리∼ 울리자 아들이 벌떡 일어나더니 “엄마 나도 갈 거야… 데려가”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완전히 잠에 취해서 애가 눈도 못 뜨고, 그냥 앉은 자세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아들을 깨우지 않고 저 혼자 살포시 옷을 입었습니다. 다시 잠이 깬 아들이 “엄마. 나도 같이 갈 거야. 나도 같이 가” 하면서 자기도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습니다. 또 혼자 두고 갈까봐 마음이 급했는지 바지구멍 하나에 두 다리를 끼고 낑낑거리며 옷 입는 모습에 웃음이 나서 “그래 그럼 같이 가 보자. 이런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 엄마 기다릴 테니까 천천히 입어” 하고 기다렸습니다. 아들은 목도리에 장갑에 털모자에 마스크까지 스스로 완전무장을 다 하고 나왔습니다. ‘고 녀석 참, 옛날엔 옷이며 양말이며 내가 다 도와줘야 했는데, 이제는 저 스스로 다 할 줄 아네’ 거기다 현관문 열고 먼저 나가서 엘리베이터 잡고 있는 아들 모습을 보며, 이제 6학년인 애가 갑자기 고등학생쯤으로 큰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체구는 작아도 아주 듬직했습니다. 신문 배달 갔을 때도 심심하지 않게 옆에서 계속 말 걸어주고, 제가 자전거 세워놓는 중에 신문 넣어주고, 아파트에 도착하면 자기가 먼저 뛰어 들어가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고 기다렸습니다. 제가 잠깐 한숨 돌리며 앉아있으면 허리 아프겠다며 등허리를 툭툭 두드려주기도 했습니다. 아들하고 같이 다니니까, 컴컴한 골목도 무섭지 않고, 조용한 새벽길 다니는 것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배달 다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도 자전거 정리도 다 해주고, 엄마 얼른 들어가 쉬라며 배려해줬습니다. 초등학생이라고 아직 애기라 생각했는데, 우리 아들이 이렇게 훌쩍 커버렸습니다. 이젠 절 보호해줄 것 같고, 지켜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보고만 있어도 어찌나 든든하고 마음이 뿌듯한지, 이렇게 잘 자라줘서 고맙습니다. 우리 아들은 보물단지이자 희망보따리입니다. 경기 평택 | 김화선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