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추기경하늘로떠나던날…참스승,사랑남기고국민가슴에잠들다

입력 2009-02-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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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사랑하고사세요”세상깨운작별메시지전국을슬픔의바다로…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이 선종한 지 닷새째인 20일. 고인을 보낸 슬픔은 ‘강’이 되어 세상을 휘감아 돌고 있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기 위한 조문객들의 ‘인간의 강’은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명동성당을 돌고 돌아 3km가 넘는 행렬을 이루었다. 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처럼 조문객들은 묵주를 쥐고, 기도문을 외우고, 위로의 말을 두런두런 나누며 보냄의 고통을 품었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하늘에서는 마치 신의 눈물과 같은 빗방울 하나가 뚝 하고 메마른 땅 위로 떨어진다. 김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열리기 전날인 19일 밤, 눈물 같은 눈이 세상을 적셨다. 며칠 내내 모질었던 영하의 추위도 숨을 죽였다. 이날 고인의 장례미사는 고인의 뜻에 따라 특별하지 않은 일반 사제의 장례미사와 동일한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그 무게감마저 ‘특별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19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정진석 추기경을 교황 특사로 임명함에 따라 장례미사는 사실상 ‘교황장’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민족의 큰 어른을 잃은 국민의 마음은 ‘교황장’으로도 부족했던 모양이다. 전국의 추모 물결은 김 추기경의 장례가 종교와 이념을 넘어선 ‘국민장’이 되었음을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한 사람의 죽음이 이처럼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애도하게 만든 일이 또 있었던가. 아니, 앞으로도 다시 있으리란 희망은 가질 수 있을까. 김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는 사람들의 끝없는 행렬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우리들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정녕 우리들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내야 하는 것들이 어떠한 것인지를 되돌아보게 만들어준다. 그런 점에서 명동성당 주변을 에워싼 조문객들과 전국 각지에서 김 추기경의 죽음을 아파하는 모든 이들은 세상과 자신을 향한 진정한 ‘촛불’을 하나씩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것이다. 명동성당에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고마워할 줄 알게 되면 사랑을 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사랑하면 고마움이 쌓인다. 감사와 사랑은 기도하는 두 손바닥처럼 맞붙어 있다. 김 추기경은 자신의 각막을 남기고 갔다. 추기경이 기증한 각막으로 두 명의 시각장애인이 54년, 30년 만에 광명을 볼 수 있게 됐다. 모든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던 큰 지도자는 이렇게 갔다. 그러나 그는 각막과 사랑의 메시지를 통해 몸과 정신을 모두 남기고 떠났다. 그의 메시지는 남은 이들의 가슴 속에서 부활해 세상 끝 날까지 울려 퍼질 것이다. 추기경이 남긴 ‘각막’으로 남은 이들은 오래도록 밝은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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