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音談패설]유키구라모토,세상에서가장‘아픈’음악

입력 2009-02-26 0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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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길다고도, 짧다고도 할 수 없었던 나의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시기. 세상이 나를 향해 등을 보이고 있다고 여겨질 즈음, 내 귀에는 늘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가 들렸다. 그것은 마법과도 같아 어김없이 닫힌 내 마음의 벽을 거칠게 두드렸다. 그래서 나의 기억에 유키 구라모토는 ‘아픔의 음악’으로 남아 있다. 나는 그 일 이후 그의 음악을 듣지 않았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이 의외로 많음에 놀랐다. 삶의 아픔에 신음할 때, 절대의 고독안에서 몸부림 칠 때, 사랑의 상처에 피가 흐를 때면 그들의 귀에도 어김없이 유키 구라모토의 뭐라 형용하기 힘든 투명한 음이 속삭였다.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은 아픔을 달래주지 않는다. 치유해 주지도 않는다. 대신 그 아픔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다. 삶이 아플 땐 아파야 한다고 말을 걸어온다. 그래. 그건 마법이다. 세상 어떤 피아니스트도 그와 같은 마법을 부릴 수 없다.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는 아플 때 듣는 음악이다. 더 이상 아플 수 없을 정도로 육체와 정신을 극한까지 소모한 뒤에야 비로소 청자는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게 된다. 매회 전석 매진의 신화. 유키 구라모토가 한국 공연데뷔 1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내한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전국을 한 차례 크게 돈다. 이번에는 서울과 대구, 마산, 의정부에서 무대에 선다. 투어의 타이틀은 자신의 히트작 ‘로망스’. 부제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로 달았다. 그래. 유키 구라모토다. 어느 순간,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그의 음악. 의도적이고 자기 기만적이었던 외면을 깨고, 이제 다시 그의 피아노를 듣기로 했다. 내 인생 유일한 어둠 속에서 들었던 유키 구라모토. 그 상처의 아픔이 다시금 되살아나 나의 설굳은 피부를 할퀼지언정 나는 그의 피아노 앞에 정면으로 마주 설 작정이다. 그리고 말해 줘야지. 로망스, 루이즈 호수, 소넷 오브 파운틴, 메디테이션 …. 당신의 음악으로 인해 나는 많이 아팠고, 당신의 음악으로 인해 나의 상처는 더욱 깊었노라고. 그리고 당신의 음악 덕분에 나는 이렇게 아직도 살아 있노라고. 당신을 사랑하노라고. 3월14일(토) 오후2시30분·8시|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월7일(토) 오후7시30분|대구시민회관 3월8일(일) 오후5시|마산3.15아트센터 3월13일(금) 오후7시30분| 노원문화예술회관 3월17일(화) 오후8시|의정부예술의전당 공연문의: 크레디아 02-398-4301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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