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인메모리]17인의그후...방송출연·사업활력…“제2전성기열렸다”

입력 2009-03-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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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는 지난해 12월, 원년 한국시리즈 1차전 개시공을 던졌던 OB 투수 강철원의 화방 사장님 변신 사연을 시작으로 약 3개월에 걸쳐 은퇴 후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는 추억의 스타 17명을 ‘피플 인 메모리’ 코너에 소개했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임용고시에 도전해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 지화동, 장애우들을 돌보며 보람을 찾는 전 태평양 선수 여태구,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정신장애까지 겪은 뒤 사업가로 재기에 성공한 안언학, 불세출의 투수에서 국내 굴지의 기업 최고경영자로 변신한 푸르밀 대표이사 남우식의 인생사는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했다. 소주방을 운영하며 배우로 살고 있는 ‘오뚝이’ 최익성, 풀뿌리 야구에 투신한 ‘꽃돼지’ 김동기, 부산의 뷔페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허준, 재활전문가로 후배들의 아픈 몸을 치유하는 차명주, 골프 레슨프로로 활약하는 ‘최초의 노히트노런 투수’ 방수원, 중고자동차 매매 사장으로 땀을 흘리고 있는 박진석, 갈빗집 사장으로 변신한 배대웅 역시 새로운 무대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다. 야구선수 출신 외에도 KT 고객센터 과장으로 일하는 ‘하키전설’ 임계숙, 사격선수로 올림픽금메달을 따낸 뒤 IT 사업가로 새로운 길을 찾은 이은철, ‘미녀세터’에서 한우전문식당을 운영하는 이운임, 핸드볼 2연패 신화를 쓴 뒤 사서라는 이색직업을 찾은 이미영, ‘아시아의 역사’에서 가구제조업체 사장으로 인생의 나침반을 돌린 김태현도 새로운 경로에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은퇴 후 현장을 떠나 이름마저 가물가물해지는 ‘왕년의 선수’. 힘겨울 때일수록 사람이 그립고, 추억에 젖는다. 스포츠동아는 그들을 만나면서 팬들에게 향수와 함께 그들이 흘려온 땀의 의미, 사람의 향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최근 경기침체로 힘겨워하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렇다면 ‘피플 인 메모리’ 코너에 소개된 이후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 뒷얘기를 들어보면서 ‘피플 인 메모리’는 올 겨울에 다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린다. ○사람을 만나는 연결고리 ‘피플 인 메모리’는 은퇴한 스타가 자신의 근황을 팬들에게 전해줬지만 반대로 이들 또한 그리운 사람을 찾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푸르밀 남우식 사장은 중학교 시절의 은사를 찾게 됐다. 그는 신문에 기사가 실린 뒤 수없이 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에 전화 한통이 왔다. “사장님, 저 아시겠어요? 저는 문영희라고 합니다.” 남 사장은 기억을 더듬었다. 알 듯하면서도 가물가물한 이름. 바로 중학교 1학년 때 야구부도 관리하던 학생처장이었다. 그는 그제서야 “아이고, 선생님 아니십니까”라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40년이 뭡니까. 정말 세월 많이 흘렀죠. 선생님은 칠순도 훨씬 넘기셨는데 신문에서 제 기사를 보고 롯데그룹에 전화해 제 번호를 알아냈다고 하시더라고요. 야구만 잘 하는 줄 알았는데 롯데그룹 사장까지 될 줄은 몰랐다면서 반가워하셨어요. 선생님은 서울 길동에 사신다면서 꼭 한번 보고싶다고 해 3월 중순에 만나뵙기로 했습니다.” 서울 쌍문동의 백운초등학교에서 6학년 4반 담임선생님을 맡고 있었던 지화동은 3월초부터 종로의 효제초등학교로 출근을 한다. 이번엔 4학년 3반 담임. 그는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아 깜짝 놀랐다. 기사 보고 학교로 전화가 왔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처음 교편을 잡았던 기간제 교사 시절의 제자가 이젠 사회인이 돼 있더라. 기사 보고 내가 생각나 전화를 했다고 하더라”면서 “야구 선후배들과 연락을 거의 끊고 살았는데 기사 때문에 전화 온 반가운 사람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해운대 패밀리 레스토랑 개업을 위해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허준은 “다들 어떻게 살까 나도 궁금했던 다른 사람들 소식을 피플 인 메모리를 통해 전해들었다. 114에 전화걸어 나를 찾아온 사람도 많다. 롯데 선수들은 ‘돌잔치 싸게 해달라’고 자꾸 부탁하기도 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방송출연 섭외 유명인사로 급부상 ‘피플 인 메모리’ 코너에 소개된 이들의 드라마틱한 삶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러면서 라디오나 TV에서 출연 섭외가 쇄도하기도 했다. 교통사고 후 강원도 한적한 곳에서 정신요양을 받고 그라운드에 복귀했지만 수차례 방출을 당한 뒤 은퇴한 ‘비운의 천재’ 안언학이 살아온 과정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인생역정. 직원 50명을 거느리고 연매출 50억원을 올리는 물류회사를 운영하는 중소기업 사장님으로 변신한 그는 곧바로 라디오에 출연했다. 이은철 역시 라디오에 출연했다. 인터뷰와 방송 출연 섭외를 가장 많이 받은 인물은 지화동. 라디오 아침프로와 TV 인기 퀴즈프로 등에서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 몸살이 났다. 그러나 그는 한 신문사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저는 그저 학생 가르치는 평범한 선생님으로 살고 싶었어요. 방송사에서는 ‘다들 TV에 나오려고 난리인데 TV 출연을 거절하는 선생님은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교사로 변신한 게 특이했나봐요. 학교에서도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관심이 더 늘었어요. 새로운 효제초등학교에 처음 갔을 때도 교장선생님이 다른 교직원에게 신문에 나온 사람이라고 자세히 소개해주기도 했죠. 그랬더니 다른 선생님들도 다들 기사 봤다고 하더라고요.” 한 대학교 교수는 기자에게 “초청강사로 모시고 싶다”며 남우식 사장의 연락처를 묻기도 했다. ○물밑 온정 쇄도, 사업에도 활력소 인천에서 지적발달 장애우 보호센터를 운영하며 봉사하는 삶을 선택한 여태구는 “그동안 경제가 어려워 후원의 손길도 많이 끊겼는데 기사가 나가면서 후원을 약속하는 전화가 종종 오고 있다”면서 고마워했다. 그러면서도 “더 많은 분들이 소외된 우리 이웃들에게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업을 하는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사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안게임 역도 3연패를 달성한 뒤 아파트 가구 제조납품업체 사장님으로 변신한 김태현은 “선수시절보다 살이 많이 빠져서 그간 사업파트너들도 운동선수 출신인지를 잘 모르셨다”면서 “이제 많이들 알아봐주고, 기사를 보고 내가 얼마나 정직하게 운동했는지를 알게 돼 사업의 신뢰감도 더 쌓였다”고 밝혔다. 안언학은 “직원들이 새로운 거래처를 뚫을 때 상대쪽에서 내 얘기를 많이 하면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직원들 애사심도 강해졌다”고 좋아했다. 김태현과 안언학은 “최근 충원계획을 세우고 면접을 하는데 지원자들이 ‘인터넷으로 회사 이름을 치니 기사가 나오더라’면서 신뢰를 갖는 것 같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박진석은 “전국 자동차 딜러들 전화를 많이 받았다. 좋은 차 있다고 사 가라는 분들도 많았다”면서 “손님 중에도 중고차에 대해 못 미더워하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기사를 본 뒤 믿고 차를 사고 있다. 운동선수 출신은 정직하다고 봐주시는 분들이 많다. 최근 경기가 침체돼 실직한 분 중에 중고차 매매에 대해 조언을 듣고 싶어 전화온 분도 있다”고 소개했다. 소주방 사장님으로 변신한 최익성은 “팬들이 기사 보고 만나고 싶었다면서 찾아주시는 분이 많아졌다. 야구 선후배뿐 아니라 연예계 관계자들에게도 소주방한다고 거의 말을 안했는데 기사를 본 연예계 관계자들은 ‘왜 가게 얘기를 안했냐’면서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그를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방수원은 “아는 사람들은 ‘야구나 가르치지 골프하고 있냐’면서도 한번씩 들러주시고, 회원 중에도 ‘예전에 야구하셨데요’라면서 알아봐주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KT고객센터 임계숙 과장은 “얼마 전에 창구 손님 한 분이 오셨는데 기사 봤다고 반갑다고 하시더라”면서 “덕분에 분위기도 좋았고, 업무처리도 화기애애하게 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희망과 약속 이들은 지면을 통해 자신이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배대웅은 “유소년 야구 발전에 힘쓰겠다”고 밝혔고, 이은철은 “기사가 나간 뒤 대한사격연맹에서 3년 임기의 이사자리도 맡게 됐다.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라 부담도 되지만 사격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현은 “인터뷰 때 후배들을 위한 일을 해 나가겠다고 말씀드렸지 않느냐”면서 “역도연맹 사업이사를 맡게 됐다. 유망주들을 위한 지원단도 꾸릴 예정이다”며 꿈에 부풀어있다. 차명주는 “어린 선수들 재활에 더 신경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운동밖에 모르고 청춘을 바친 이들이지만 만만찮은 세상과 맞서 희망을 찾은 데에는 하나 같이 운동선수 시절 다져진 성실과 신의, 도전 정신이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들은 그것이 바로 땀의 정석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운동하던 시절보더 더 치열하게 살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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