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4차례다가온행운

입력 2009-03-09 10: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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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 양용은의 행운 4개.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은 억세게 운이 좋은 남자다. 지금의 양용은이 있기까지 세 차례 결정적인 행운이 뒤따랐다. 행운의 시작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뒤늦게 프로골퍼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양용은은 1996년 프로테스트에서 탈락했으나 결원이 생겨 추가 모집에 합격했다. 막차로 프로에 입문했다. 첫 번째 행운이었다. 두 번째는 10년 뒤인 2006년 가을에 일어났다. 일본프로골프(JGTO)에서 활약하던 양용은은 한국오픈에 출전하게 된다. 원래는 일본투어에 전념할 생각이어서 출전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한국오픈이 열리기 바로 전 주에 셋째 아들 정민(5)의 돌잔치를 하기 위해 귀국했다가 한국오픈에 참가했다. 우승상금이 2억 원이나 됐던 것이 출전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였다. 두 번째 행운이 미소 지었다. 얼떨결에 출전한 한국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양용은은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한국을 거쳐 일본투어까지 진출했지만 그는 볼을 멀리치는 장타자로 유명했을 뿐 스타는 아니었다. 세 번째 행운은 중국에서 나왔다. 한국오픈 우승 후 일본으로 건너간 양용은은 2006 유러피언투어 개막전 HSBC챔피언스에 출전하기로 결정했다. 타이거 우즈, 짐 퓨릭(이상 미국), 레티프 구센(남아공), 마이클 캠벨(뉴질랜드), 최경주(39·나이키골프) 등 PGA 투어 톱스타들이 대거 출전하는 대회에서 실력을 평가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큰 기대를 걸지 않았기 때문에 준비도 소홀했다. 일본에서 줄곧 사용해오던 클럽도 두고 왔다. 당시 소속사이던 게이지디자인은 급하게 새 클럽을 장만했고 양용은은 그 클럽을 들고 대회에 출전했다. 선수가 대회 전 클럽을 바꿔들고 출전한다는 것은 클럽이 부러지는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손에 덜 익은 클럽을 들고 출전했지만 대형사고를 쳤다. 톱스타들을 제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양용은이라는 이름을 세계 골프계에 알렸다. 특히 타이거 우즈는 이 대회전까지 무려 6연승을 질주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양용은이 우즈의 7연승을 저지한 것이다. 그의 우승은 ‘기적’으로 평가받았고, 언론에서는 ‘황제를 꺾은 바람의 아들’이라며 대서특필했다. 이 대회 우승으로 이듬해 PGA 투어에 출전할 수 있는 행운도 함께 얻었다. PGA 투어에 진출한 양용은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낯선 환경과 분위기 등에 적응하지 못하고 퀄리파잉스쿨을 전전하는 줄타기를 거듭했다. 행운이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억세게 운이 좋은 양용은은 다시 찾아온 행운을 확실하게 붙잡았다. 이번 대회의 출전권이 없었던 양용은은 대기자 신분으로 출전을 기다렸다. 출전할 가능성은 높지만 100% 보장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양용은은 2월 열린 소니오픈에서도 대기 출전을 노려 하와이까지 달려갔지만 끝내 출전권을 따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막차를 타고 출전권을 획득한 양용은은 보란 듯이 우승까지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누구도 우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기쁨도 두 배다. “골프를 하면 배는 굶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골프를 시작했다는 제주도 출신 양용은. 별명 ‘바람의 아들’도 그래서 생겼다. ‘잡초’ ‘야생화’라는 별명도 그의 미약한 출발에서 나온 것이다. 그랬던 양용은이 이제는 골프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양용은, PGA 첫 승 혼다클래식 1~4R 하이라이트
동영상 제공: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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