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보기‘와르르’…제주하늘심술?

입력 2009-04-16 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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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여자오픈2R…안개-번개등으로경기2회중단
보기와 더블보기의 차이는 1타 그 이상이다. 보기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초보자에게 보기는 기분을 좋게 하지만 프로들에게는 아쉬움이다. 그래서 프로들은 18홀 내내 단 한 차례의 보기도 기록하지 않는 ‘노보기’플레이를 좋아한다. 보기가 아쉬운 스코어라면 더블보기는 치명적이다. 타수로는 1타 차이에 불과하지만 후 폭풍을 감안하면 두세 배 이상의 충격이다. 더블보기는 실수에 실수가 더해질 때 발생한다. 파 온에 실패하더라도 3온에 성공해 2퍼트로 마무리하면 보기로 막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실수가 이어지면 더블보기가 된다. 실수가 되풀이 되는 것은 집중력에서 나온다. 위기를 넘겨 안도하는 순간 긴장의 끈을 놓치면서 예상치 못한 실수가 터진다. 그래서 실망감도 더 크다.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들면 다음 플레이까지 영향을 미친다. 16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롯데마트여자오픈 2라운드에서는 근래 보기 드물게 더블보기가 속출했다. 코스가 익숙하지 않은 제주도라는 점을 감안해도 예상보다 많은 더블보기가 터져 나왔다. 게다가 이날은 심한 안개와 간간이 천둥, 번개까지 치는 날씨 때문에 경기가 두 차례 중단되면서 컨디션 조절에도 애를 먹었다. 1라운드에서 기록된 더블보기는 총 63개다. 108명의 선수 중 절반 가까이가 1개 이상의 더블보기를 쳤다. 2라운드에서는 훨씬 더 많아졌다. 무려 70개가 넘는 더블보기를 쏟아냈다. 이중에는 더블보기를 4개나 기록한 선수도 2명이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미셸 위(20·나이키골프)도 더블보기로 위험한 순간을 맞았다. 1라운드에 5오버파 77타로 부진한 미셸 위는 2라운드에서 컷 통과를 목표로 경기를 했다. 10번홀(파4)에서 출발한 미셸 위는 보기 1개에 버디 2개를 뽑아내며 1타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4오버파의 성적은 컷오프 안정권이다. 하지만 후반 들어 분위기를 망쳤다. 2번홀(파4)에서 연속된 실수로 자멸했다. 티샷이 왼쪽 숲으로 떨어져 레이업 한 후 세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렸다. 2퍼트로 마무리하면 보기로 막을 수 있었지만 1m 거리의 짧은 보기 퍼트를 놓치면서 더블보기가 됐다. 첫 번째 위기를 넘긴 뒤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어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이후 2개의 보기를 더 기록하며 한때 컷 탈락 위기에 놓였던 미셸 위는 다행히 공동 59위로 컷 통과에는 성공했다. 만약 컷을 통과하지 못했더라면 2번홀에서의 더블보기는 두고두고 후회될 일이었다. 보기플레이어와 싱글플레이어의 성적을 보면 더블보기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보기플레이어는 작은 실수를 연발하면서 더블보기를 자주 기록한다. 그러나 싱글플레이어는 더블보기의 위기에서도 보기로 막아낸다. 실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위기를 넘긴다. 더블보기의 치명적인 후유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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