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신부와팜파탈의핏빛멜로영화‘박쥐’송강호·김옥빈(인터뷰)

입력 2009-04-17 21: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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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이 인터뷰를 위한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배우 송강호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에 대해 얘기했다. 영화 ‘박쥐’를 촬영하는 동안 연출자 박찬욱 감독에게 ‘박달리’라는 별칭을 붙여줬다는 송강호는 달리의 ‘기억의 연속성’을 보고 받은 충격을 떠올렸다. 늘어져 흐느적거리는 듯한 시계의 이미지를 담아낸 그림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어린 시절 받은 충격 이상의 충격을 주는 영화다. ‘박쥐’는 공포도, 유머도 아닌 기묘한 느낌을 주는,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영화가 될 것이다. 정말 영화 한 편 제대로 봤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짧지 않다 할 시간에 그는 ‘박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했다. 이제껏 쉽게 드러내지 않았던 “뿌듯함”이 그 안에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10년 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촬영하면서 박 감독으로부터 ‘박쥐’에 관한 구상을 들은 뒤 “10년 동안 ‘박쥐’가 서서히 마음 속에 들어와 앉았다”고 말했다. “10년 전이 황무지였다면 이젠 그 위에 조형물이 세워진 느낌이다”면서 “배우로서 축복받았다”는 자부심도 가득 풍겨냈다. 송강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와이어에 처음으로 매달려봤다. “아프긴 아프더라. 줄 하나에 체중을 실으니 안 아플 수 있나. 약간의 공포감도 밀려왔다. 내가 그런데, 옥빈이는 어땠을까?” 촬영을 마친 김옥빈이 자리에 앉으며 “아파 죽는 줄 알았다”고 답했다. ○‘박쥐’는 기본적으로 멜로영화다. 사랑의 감정이란 뭘까. 송강호(이하 송):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 아닐까. 가장 원초적인 욕망일 것이다. ‘박쥐’는 신의 구원을 기도하는 사제와 욕망을 지닌 채 뱀파이어로 살아가야 하는 인간 사이의 딜레마를 그린 영화다. 그 속에서 극단적인 인간의 욕망을 그린다. 사랑의 완성은 규정할 수 없고 정답도 없다.” 김옥빈(이하 김): “빙고! 너무 다양하다.” ○종교를 갖고 있나. : “아버지는 불교, 어머니는 기독교 신자다. 그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 절대적인 건 없다.”(웃음) : “없다. 사제가 등장한다고 혹시 ‘박쥐’가 종교영화인 걸로 생각하나? 설정이 그런 거다.” ○욕망에 관해 묻고 싶은 것 뿐이다. : “뭐, 평범하지. 가정의 행복과 가족의 건강을 바란다. 누구나 느끼는 거다.” : “무난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거다.” ○배우로서 평범한 삶을 꿈꾼다?! : “세상을 살면서 모든 사람이 원하는 평범함. 일하고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그게 얼마나 힘든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걸 원한다.” ○선후배로서 상당한 나이 터울이다. : “긴장했음은 물론이지만 배운 것도 많다. 그래도 주눅들지는 않았다.” : “옥빈이에게는 각인된 이미지가 없다. 그래서 ‘박쥐’ 속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방해되지 않는다. 그 미지의 이미지, 형상화되지 않은 에너지가 이 작품으로 나타날 것이다. 두려움을 줄 수도 있을 이야기에는 받아들일 수 있고 없고의 경계가 있는데 옥빈이는 그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박쥐’ 속 캐릭터는 김옥빈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 “부끄럽다.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기는 하다.” : “나이 어린 배우라도 틀 속에 갇힌 사람이 있다. 옥빈이는 그렇지 않다. 내가 저만한 나이 때 어떻게 연기를 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 “처음 선배님을 만났을 때 설레고 긴장됐다. 송강호의 인간적인 면도 알고 싶었다. 난 선배님의 눈을 보는 게 좋다. 날 꿰뚫어보면서 날 펼칠 수 있게 이끌어주는 눈빛, 수천의 표정을 담긴 눈빛. 그걸 보는 게 너무 행복했다.” ○그래도 서로에 대한 서운함이 있지 않을까. : “촬영장에서 선배님과 감독님이 모니터 앞에 붙어앉아 항상 떨어지지 않았다. 나도 그 자리에 앉고 싶었다. 감독님에게 질문도 많이 하고’ 그렇게 끈끈한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고 싶었다. 귀여운 질투심이다. 부부냐? 떨어져라!”(웃음) : “극중 옥빈이의 남편 역을 연기한 신하균과도 내가 친하다. 옥빈이는 아무래도 여자니까 처음엔 좀 조심스러웠다. 그것도 시샘하나?” : “더 부부 같다.”(웃음) : “지난 1년 동안 이렇게 최고의 배우들과 작업했다. 행복했다. 후배들에게 서운한 게 뭐가 있겠나. 없다.” ○박찬욱 감독은 ‘송강호가 섹시하다’고 했다. : “정서적 표현일 뿐이다.” : “뒤태만 봐도 난 설렌다.”(웃음) ○노출에 대한 부담감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에 필요하니까’란 상투적인 표현 말고. : “상투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사실이니까. 내가 맘껏 놀 수 있었던,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노출도 그런 흐름의 하나일 뿐이다.” 인터뷰는 송강호 특유의 웃음소리와 거침없는 표현을 한 김옥빈으로 인해 유쾌한 분위기로 흘렀다. 그 유쾌함 속에서 두 사람은 더 이상 선후배 사이처럼 보이지 않았다. 무형의 캐릭터를 스크린 속에서 형상화해야 하는 힘겨운 작업을 마친 끝에 얻은, 당당한 프로페셔널로서 자부심 덕분인 듯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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