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音談패설]세계最古오케스트라‘드레스덴슈타츠카펠레’

입력 2009-04-21 01:29:1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세계 최고(最古)의 관현악단이 들려 줄 최고(最高)의 사운드.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사진)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이끌고 한국을 찾는다.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461년곰삭은선율타고슈트라우스가살아온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는? 베를린필하모닉? 빈필하모닉? 아니다. 정답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다. 베를린필은 1882년, 빈필은 그 보다 40년 전인 1842년에 창단됐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1548년 작센공국의 모리츠 선제후에 의해 창단됐으니 올해로 461년. 형님도 아닌 고조 할아버지뻘 되시겠다. 가히 ‘살아있는 교향악 박물관’이라 해도 무방할 이 최고(最古) 오케스트라의 최대 무기는 역시 ‘전통과 원칙’이다. 당연하지만 음악사의 전설들이 세월을 이어가며 자신들의 음혼(音魂)을 불어넣어 왔다. 바흐, 바그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인연을 맺었다. 17세기 하인리히 쉬츠가 상임지휘자로 자신의 오페라 ‘다프네’를 초연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칼 마리아 폰 베버(마탄의 사수의 바로 그 베버다), 바그너 등의 거인들이 이 교향악단의 카펠마이스터(요즘의 지휘자로 보면 된다)를 거쳤고, 그 전통은 대지휘자인 칼뵘, 루돌프 켐페, 주제페 시노폴리, 베르나르트 하이팅크로 이어졌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2000년과 2006년 우리나라를 찾았다. 2000년에는 시노폴리가 지휘봉을 잡고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했고, 2006년에는 정명훈이 베토벤 교향곡 5번(운명), 6번(전원)과 브람스 교향곡 1번, 6번을 들려주었다. 이번엔 슈트라우스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작곡가로서뿐만 아니라 당대 지휘자로도 독일을 대표하던 인물이었다. 애국가의 작곡자 안익태 선생이 슈트라우스의 보조 지휘자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슈트라우스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60년 이상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R. 슈트라우스의 작품을 세상에서 가장 잘 연주하는 악단으로 통한다. 실제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두고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라 부르기도 한다. 슈트라우스 특유의 음색을 닦고 조이며 고려청자 보존하듯 소중히 지켜온 결과다. 5월 9일과 10일 두 차례의 세종문화회관 연주회에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R. 슈트라우스의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빼곡히 채웠다. 첫날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에마누엘 액스 협연)을 제외하면 이틀 내내 슈트라우스다. 저 유명한 ‘영웅의 생애’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연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굳이 영웅이 아닌 이들의 생애로서도 빛나는 영광이다. 감상 포인트 두 가지. 첫 날 ‘영웅의 생애’의 엔딩이 지금까지 들어 온 장대한 팡파르가 아닌 가냘픈 바이올린 솔로로 연주된다. 슈트라우스는 한 영웅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이 모든 것을 이룬 영웅의 고독과 죽음으로 마무리되길 원했다고 한다. 이번 연주에서는 바이올린이 서서히 사라지듯 마무리되는, 영화로 치면 ‘디렉터스컷’, 즉 감독판쯤 되겠다. 이튿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파이프오르간이 납신다. 영화사의 빛나는 역작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의 배경음악으로도 유명한 ‘차라투스트라∼’의 장려하고 압도적인 사운드가 가슴과 귀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이번 공연에서는 2007년부터 이 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있는 파비오 루이지가 지휘봉을 잡는다. 2006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써’(sir)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