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프리토킹]웸블리의악몽…FC유나이티드,퍼거슨맹공

입력 2009-04-22 21: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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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웸블리까지 3류 선수들이나 보려고 간줄 아느냐. 나 퍼거슨에게 후회란 없다. 다시 기회가 온다 해도 똑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무려 8명의 주력선수들을 배제한 채 어린 선수들 위주로 에버턴과의 FA컵 준결승에 나서 승부차기 끝에 시즌 3번째 트로피 사냥에 실패하자, 맨유의 극성 팬들 사이에서조차 퍼거슨의 무리한(?) 실험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FC유나이티드(FC United of Manchester의 약자)는 한마디로 웸블리에서 있었던 일을 요약한다면 “그건 망신거리”라며 퍼거슨을 공격했다. FC유나이티드는 미국인 재벌 말콤 글레이저의 맨유 인수에 반발한 맨유 서포터들이 2005년에 창단한 클럽으로 흔히 붉은 반역자들로 불린다. FC유나이티드 익명의 지도자는 “어떻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선수들을 그것도 대거 그 같이 중요한 경기에 내보낼 수 가 있느냐”며 웸블리에서 벌어지는 FA컵 준결승에 3류 선수들이나 보게 하려고 그 먼 곳까지 팬들을 가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퍼거슨“나이 어린 선수에 귀중한 경험” 그의 말대로 퍼거슨의 이번 결정은 너무나 파격적이었다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이다. 경기 직전 BBC중계진도 평소대로 차분히(?) 경기전망을 하다 긴급속보를 전하듯 호날두, 루니, 캐릭 등이 웸블리에 오지 않은 사실을 전하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언가 착오가 있었을 수도 있으니 진짜 그들이 교체명단에도 있지 않은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서야 퍼거슨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분석하느라 부산을 떨었을 정도다. 그러나 퍼거슨이 던진 이 화두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퍼거슨이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감독생활을 할 때 수석코치로 있었던 팻 스탠턴은 매니저 퍼거슨에 대해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퍼거슨은 알기 힘든 이상한 일들을 벌이는 기인이다. 대표적인 퍼기이즘(스탠턴은 퍼기주의라고 칭했다)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파키스탄 식 장례식을 본 적이 있는가 또는 감기 걸린 이탈리아인을 본 적은 있는가 같은 것이다. 그가 무슨 의미를 가지고 그런 질문을 하는 지 당신은 고민하게 될 것이다.” 퍼거슨은 왜 첼시와의 FA컵 결승전을 확정할 웸블리구장에 맨유 최정예 전력을 벤치에도 앉지 못하게 했는지에 대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퍼거슨은 먼저 자신은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이런 비판이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말로 팬들의 지적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내가 당시 사정에서 최적임자들로 팀을 구성했다는 것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며 자신의 선택은 정당한 것이었음을 강조했다. 퍼거슨은 결국 에버턴에 승부차기로 지면서 결승진출이 좌절됐지만 자신의 결정에 후회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시즌 퀸터플(5관왕)이라는 꿈이 날아간 아쉬움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여 자신은 맨유가 모든 것을 우승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 그래서 실현 가능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퍼거슨은 주어진 현실을 냉철히 직시한 결과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가 우선순위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신은 맨유의 서포터들에게 맨유의 미래를 볼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가 현재 얼마나 강한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는 지도 확인시켜 주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퍼거슨은 “나이 어린 선수들이 맨유에 기여하고 귀중한 경험을 얻게 된 것에 기쁘게 생각한다”며 그들의 플레이에도 높은 점수를 주었다. 퍼거슨은 이런 자신의 선택은 즉흥적인 결정이 아닌 축구철학에 기초한 일관된 것이었다며 1999년 트레블(3관왕)의 예를 들기도 했다. 그는 당시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는 최강의 전력으로 스쿼드를 짰지만 2차전에는 1차전에서 뛰었던 5명을 제외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첼시와 아스널의 준결승전 당시 웸블리 피치상태를 확인했을 때 자신이 어린 선수들 위주로 스쿼드를 짠 것을 옳은 결정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웸블리 피치가 무거워 보였으며 경기장에서 뛴 선수들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체력적 소모가 클 경기에 주축선수들에게 휴식을 준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수비진 다시 견고… EPL·챔스리그에 올인 퍼거슨은 이제 자신과 맨유의 당면과제는 남은 모든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이기는 것이라며 그 전망도 아주 밝다고 예상했다. 그는 그 근거로 맨유의 수비가 다시 견고해졌음을 들고 있다. 퍼거슨은 선덜랜드 전에서 “우리는 중요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수비적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는 거죠. 우리는 다시 견고해졌고 이것은 앞으로 경기결과에 아주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될 겁니다”라고 FA컵 희생이라는 대가로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라는 영광을 재현하게 될 거라는 희망을 밝혔다. 그의 말대로 비록 승부차기에서 지기는 했지만 맨유는 에버턴 1군을 상대로 연장전까지 실점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맨유가 이렇게 재미없고 무기력하게 물러난 것에 대해 퍼거슨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팬들의 볼멘소리도 맨유가 퍼거슨의 의도대로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돌려 쿼드러플(4관왕)을 달성한다면 자연스럽게 잦아들 것이다. 퍼거슨의 승부수를 주목하는 팬들의 이목이 뜨겁다. 요크(영국) | 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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