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재홍이 250홈런-250도루를 달성한 날, 필드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싸움이 벌어져 결국 박재홍은 잔칫날 교체됐다. SK가 8-2로 크게 앞서던 8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한 박재홍은 롯데 투수 김일엽이 초구에 몸쪽으로 날아드는 ‘위협성’ 볼을 던지자 지체 없이 마운드로 뛰쳐나가 김일엽을 밀치며 오른손으로 때리려는 시늉을 취했다.
이 순간 롯데 벤치도 모조리 덕아웃을 박차고 쏟아져 나왔고, SK쪽 역시 선수들이 전원 필드로 진입하는 벤치 클리어링이 터졌다. 큰 불상사 없이 6분 만에 정리됐지만 롯데 선수단 역시 박재홍을 붙잡고 똑같이 손으로 때리려는 자세를 취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롯데와 SK는 코치들까지 이성을 잃고 오히려 난장판에 앞장을 섰다. 결국 김일엽과 박재홍은 나란히 경고 처분을 받았고, SK 벤치는 대타 김용우로 교체시켰다. 로이스터는 “마운드에 올라간 선수는 박재홍인데 왜 김일엽까지 경고를 받아야 되느냐”고 항의, 경기 진행을 지연시켰다. 심판진은 합의 끝에 양 팀에도 경고 조치를 취했다. 사태는 8회 박재홍의 도발로 터졌지만 그 씨앗은 8회초 롯데 공격 때 잉태됐다. SK 채병용의 볼이 롯데 조성환의 머리 부위를 강타, 구급차로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롯데는 22일까지 SK전 12연패 중이었고, 23일마저 2-8로 대패했다. 경기 종료 후에도 롯데 공필성 코치와 박재홍은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가는 언쟁을 벌였다.
결국 두 사람의 충돌은 또 한번 전 선수단을 자극했다. SK 김성근 감독까지 나섰지만 공 코치의 흥분은 풀리지 않은 듯했다. 김 감독과 로이스터 감독이 악수를 나누고 나서야 양 팀은 헤어졌지만 롯데 응원석에선 물병이 날아들었다. 이미 2007년에도 수차례 벤치 클리어링을 빚었고, 관중끼리도 싸움을 벌인 양 팀의 전선이 또 다시 급속 냉각될 조짐이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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