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큰언니빈자리메워준‘광심언니’고마워요

입력 2009-05-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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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언니는 오래 전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집가서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았는데, 조카들이 아주 어릴 때 세상을 뜨고 말았지요. 엄마는 큰딸에 대한 사무친 아픔을 뒤로하고, 외손자들을 손수 키우셨습니다. 그리고 3년 뒤, 형부가 재혼을 했습니다. 엄마는 혹시나 눈에 밟히는 외손자들을 못 보는 게 아닐까 마음을 졸이셨지요. 그런데 새로 오신 그 분이 워낙 마음이 고우셔서 아직까지도 별 문제 없이 왕래를 잘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분을 ‘광심언니’라고 부르고요. 엄마는 그분을 ‘광주집’이라고 부르신 답니다. 저희 가족에겐 아주 특별한 존재예요. 광심언니는 농산물을 직접 장에 내다 팔아 살림도 늘리고, 조카들 모두 대학공부까지 시키고, 아들인 큰조카 사업할 때 사업자금도 대주었습니다. 큰조카 장가 갈 때, 아파트도 장만해 줬고요. 이번에 그 밑에 조카딸인 윤정이가 시집을 갑니다. 엄마는 시집 안 가는 윤정이를 보며, 저한테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친딸이 아니라고 시집을 늦게 보내는 모양이다. 언니가 살아있었으면 윤정이를 저렇게 내버려뒀겠냐?” 그래서 제가 엄마한테 막 뭐라 했습니다. “엄마. 어디 가서 그런 소리하지 마세요. 광심언니 같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요? 윤정이가 공무원 시험 본다고 공부하느라 늦어진 거지, 시집가고 싶어 하는데 억지로 말린 거 아니잖아요”라고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광심언니가 이 얘기를 들었으면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 제가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더군요. 사실 광심언니에겐 귀한 아이 둘이 있었어요. 그런데 모두 사고로 잃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거 전혀 내색하지 않고 참 모진 세월 잘도 견뎌준 사람입니다. 얼마 전, 참 가슴 찡한 얘기를 들었어요. 엄마가 “어제 꿈속에서 네 언니를 봤다. 자세히 보니 광주집 애들이더라. 네 언니가 저승에서 광주집 애들을 돌봐주고 있나봐. 윤정이가 결혼한다니까 그거 고마워서 나타난 모양이야” 하시더군요. 정말 언니가 광심언니네 두 아이를 돌봐주고 있는 걸까요? 서로 만나보진 못 했지만, 광심언니와 죽은 우리 언니, 두 사람 사이엔 뭔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저희 남편이 윤정이 예비 신랑한테 그러더군요. “자네, 장모한테 잘해야 해. 윤정이를 정말 마음으로 키운 분이야”라고 하니까 “예, 예” 하더군요. 이제 곧 있으면 광심언니가 사위를 맞아들입니다. 아들 며느리, 딸 사위, 든든한 자식들을 양쪽에 거느리고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효도 받으며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경기도 광명시 | 박문형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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