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이종욱·손시헌의‘뜨거운우정’

입력 2009-06-0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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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광주 KIA전에 앞서 두산 손시헌은 “(이)종욱이한테 전화가 왔다”며 “말은 제대로 못해도 농담도 하는 걸 보니 ‘이 놈이 진짜 살아있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다”고 했다. 전날 굳은 표정으로 슬픔을 삭히며 말을 아끼던 모습과 달리 손시헌의 얼굴엔 활기가 넘쳤다.

손시헌은 2일 부상을 당한 이종욱과 둘도 없는 친구 사이. 현대에서 방출당한 이종욱이 두산에 둥지를 트게 된 것도 고등학교 친구인 손시헌의 추천이 큰 역할을 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사고 당시, 피를 쏟고 정신을 잃은 이종욱을 들것에 실어 직접 구급차에 옮기기도 했던 손시헌은 “처음엔 이러다 친구를 잃는 게 아닌가란 걱정이 들 정도였다. 어제 턱관절이 골절됐다는 소식에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별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 때 충격이 너무 컸다”고 설명했다.

“종욱이가 전화를 하자마자 ‘왜 모자에 번호를 크게 적지 않았느냐’고 농담을 하더라. 짜식, 얼마나 걱정했었는데…”라면서 “그래도 농담을 할 정도가 되니 얼마나 기쁜 일이냐”고 덧붙였다. 이종욱은 적어도 두달 이상 그라운드를 비워야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우려했던 손시헌 입장에선 친구와 다시 함께 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쁜 모양이었다.

이종욱과 원정 룸메이트인 그는 “종욱이 짐을 내가 다 갖고 있다”며 “오늘 밤에 올라가면 짐도 전해 줄 겸 병원에 가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면회가 안 될 것’이라고 하자 그는 “얼굴 못 봐도 괜찮다. 종욱이 와이프 얼굴 보고 힘내라고 한마디 해 주고 싶다”고 했다. 손시헌의 말 한마디 한마디엔 친구를 향한 뜨거운 우정이 담겨있었다.

광주|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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