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는천재형본프레레고집형”

입력 2009-07-0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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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축구협회사무총장떠나는가·삼·현
2일 오후 대한축구협회 6층 사무총장실 문을 열었을 때, 가삼현(52) 전 총장은 상자에 테이프를 붙여 가며 짐을 싸고 있었다. 그 안에는 축구관련 서적도 여러 권 눈에 띄었다. “대표팀 경기를 현장이 아닌 TV 중계로 꼭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그럴 기회가 생겼다”며 웃음짓는 가 전 총장을 만나 16년 이상 축구협회에 몸담았던 소회를 들어봤다.
○정 전 회장은 꼼꼼한 분

현대중공업에서 선박 영업을 담당했던 가 전 총장은 제47대 축구협회 수장에 오른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을 따라 1993년 2월, 협회에 파견됐다. 스스로 “하루아침에 직장이 바뀌었다”고 너털웃음을 지을 정도로 갑작스런 인사발령이었다.

국제부장을 시작으로 대외협력국장, 사무총장을 거치면서 국내·외 축구계의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처리하며 그에게는 정 회장의 ‘복심’, ‘최고의 교섭가’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렇다면 그가 16년 간 지켜본 정 전 회장의 업무 스타일은 어떨까. 가 총장은 “너무나도 철저하고 꼼꼼하신 분이다”고 한 마디로 정의했다. “연설문이나 편지를 쓸 일이 있으면 실무자들에게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최종안을 드려도 마지막 날까지 고심하시고 문구를 바꿔 넣어요. 정작 당일이 되면 최종안에 있는 내용과 똑 같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히딩크는 정말 머리 좋은 사람

국제 업무를 총괄했던 가 전 총장은 거스 히딩크를 시작으로 움베르투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등 외국인 사령탑을 영입할 때 협상창구 역할을 맡았다.

외국인 감독들에게 가장 먼저 접촉한 이도, 그리고 떠나보낼 때 마지막 자리를 같이 한 이도 바로 그였다. 가 전 총장에게 대표팀을 거쳐 간 5명 외국인 감독들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그는 “실력에 대한 부분 등은 내가 말할 사안이 아니다”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히딩크는 계산이 정확하고 머리가 정말 좋은 사람이다. 심판에 대한 항의도 철저한 계산 속에서 이뤄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코엘류는 “인간적인 신사”, 아드보카트는 “숨김이 없는 클리어(clear)한 사람. 친화적인 스타일”, 베어백은 “어시스턴트(assistan)로는 세계 최고 수준. 열심히 연구하는 지도자”라고 평했다.

한국을 2006독일월드컵 본선에 올려놓고도 지휘봉을 내려놓았던 본프레레에 대해서는 “감독으로서 분명한 고집이 있다. 다만, 성격이 좀 폐쇄적인 부분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협회를 떠난 가 전 총장은 현대중공업에 복귀, 선박 영업부 담당 중역으로 일하게 됐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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