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3인긴급진단]“무뎌진킥·스퍼트…결론은훈련부족”

입력 2009-07-29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동운 수영연맹총무이사· 방준영 전대표팀코치· 송홍선 KISS연구원. 스포츠동아DB

박태환400m·200m잇단실패왜?
박태환(20·단국대)이 2009로마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예선탈락에 이어 28일, 자유형200m에서도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박태환은 로마 현지 인터뷰에서 “훈련량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전문가를 통해, 박태환이 달라진 점과 재기 가능성, 향후 대책 등을 알아본다.

○막판 스퍼트 실종, 돌핀킥도 오히려 후퇴…훈련량 부족의 증거

박태환의 이번 대회 400m 기록은 3분46초04. 베이징올림픽 때(3분41초86)와는 4초 이상의 격차였다. 이번 대회 준결승 200m기록(1분46초68)은 올림픽 때 기록(1분44초85)보다 약 2초가량 뒤졌다. 자유형 국가대표 출신인 대한수영연맹 이동운 총무이사는 “200m에서 (올림픽 때보다)떨어진 기록이 400m 경우의 절반이라는 것은 몸 상태가 딱 그만큼 밖에 안 된다는 얘기”라고 했다. 레이스운영 미숙과 야외수영장 징크스, 전신수영복 미착용 등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부수적인 문제라는 뜻. 베이징올림픽 400m, 박태환은 마지막 스퍼트에서 스트로크를 2번 회전하는 동안 킥을 6번까지 찼다. 하지만 이 이사는 “이번 대회에서는 팔을 2번 회전하는 동안 4피트(4번 킥)밖에 못 하더라”면서 “막판 체력이 달린다는 것은 전형적으로 훈련량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방준영 전 국가대표팀 코치는“턴을 한 후 돌핀 킥을 차는 회수도 올림픽 때 보다 줄었다”고 했다. 물 속에서 차는 돌핀킥은 체력 소모가 큰 기술. 방 코치는 “훈련량이 부족한 선수는 그만큼 숨이 차기 때문에 최대한 물위로 빨리 떠오르고 싶어 한다”고 했다. 미국에서 턴과 돌핀킥을 연마했다는 박태환과 SK텔레콤 전담팀의 말을 무색케 하는 분석이다.

○회복기간에 필요한 시간은

박태환은 2008년 2월 태릉선수촌으로 복귀, 노민상 감독과 생리학 전문가인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 박사의 24주 골드프로젝트 속에서 금메달을 땄다. 송 박사는 “2008년 2월에도 이전보다 (피로물질인) 젖산수치가 증가하는 시점이 급격히 빨라져 있었지만, 현재는 그 때보다 몸이 더 안 좋아 보인다”면서 “그 때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데) 6개월이 걸렸다면, 현재는 6개월 이상 최대 1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동운 총무이사는 ‘하루 운동을 안 하면 자신이 알고, 이틀 운동을 안 하면 캐디가 알고, 사흘 운동을 안 하면 관중이 안다’는 골프 격언을 인용했다. “수영은 한 달 간 맹훈련을 해도 3-4일만 쉬면 몸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박태환이 1년 만에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다면 그것조차 다행”이라는 것이 이 총무의 설명. 박태환은 로마 현지 인터뷰에서 “2005년 이후 쉼 없이 달려와 지쳤다”면서 “휴식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총무는 “(박)태환이 뿐만 아니라 마이클 펠프스(미국)와 장린(중국) 등 세계적인 선수들은 다 그렇게 운동을 해왔다”면서 “(박)태환이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 아니라 예전과 같은 맹훈련”이라고 단언했다.

○핑계는 그만… 태릉 완전입촌 하든지 마스터플랜 짜라

세 전문가는 모두 “박태환의 참패에 책임지는 어른이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혀를 찼다. 레이스 운영과 야외수영장, 전신수영복 등이 모두 핑계거리라는 것이다. 본질은 수영전문가 없는 SK텔레콤 전담팀의 허술한 선수관리와 그 속에서 발생한 훈련량 부족이다. 이동운 총무이사는 “태릉선수촌으로 들어와서 훈련하라”고 조언했다. 수영은 어느 종목보다 외롭고, 많은 훈련량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차단된 생활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태환은 제2차 미국전훈 이후 5월말 태릉에 합류했다. 이 총무는 “노민상 감독의 지도력뿐만 아니라 체육과학 등 운동에 대한 지원도 태릉선수촌의 시스템이 더 우수하다는 것이 이미 올림픽을 통해 입증된 것이 아니냐”고 강조했다. 방준영 코치는 “수영전문가가 없는 전담팀이 말이 되느냐”면서 “박태환이 정 태릉에 들어가지 않으려면 전담코치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담코치의 조건은 실력과 함께 박태환을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가 필수조건. 수영관계자들에 따르면 박태환 측이 2008년 2월, 노민상 감독이 버티는 태릉 행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박태환에 대한 통제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방 코치는 “코치가 선수에게 휘둘리면 끝장”이라고 강조했다. 송홍선 박사는 “(올림픽 직전 24주 프로젝트처럼)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운동 강도와 운동량의 변화를 주는 가운데 1년, 3-4개월, 하루 단위로 훈련의 계획이 작성되는 주기 화 프로그램을 채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계획 속에서 조정기가 배치되면, 휴식도 훈련의 일환이 된다. 송 박사는 “귀국하면, 일단 젖산내성 등 정확한 몸 상태를 과학적으로 체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SK스포츠단 김성철 단장은 “어떤 식으로든 박태환 전담팀을 재편하거나 변화를 줄 것”이라면서 “박태환의 귀국이후, 가능한 모든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