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괴력투’글로버는김성근의황태자?

입력 2009-09-0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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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용병 글로버. [스포츠동아 DB]

“우리 팀이 이길 기회는 9회 투아웃 이후밖에 없었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의 5일 문학 SK전 소감이다. 롯데 타선을 8.2이닝 4안타 무4사구 1실점(무자책)으로 압도한 SK 우완 용병투수 글로버(사진)에 대한 찬사가 담겨있다. 6월말 대체 용병으로 SK에 들어와 14경기에서 6승3패, 방어율 2.17이다. 벌써 KIA 원투펀치 구톰슨-로페즈와 비교된다. 한국시리즈만 올라가면 김광현과 최강의 원투펀치를 이룰 것이란 기대감도 팽배하다. 예전 두산의 MVP 용병 리오스 급이란 말까지 나온다. 과연 글로버의 괴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영입 비화

글로버는 원래 SK 영입 리스트에 들어있었다. 일본 요미우리에서 던진 경력이 있어 일본통인 SK 김성근 감독은 보고가 올라오자 “데려오라”란 승낙을 내렸다. 그러나 글로버가 메이저리그를 노리고 있기에 여의치 않았다. 그런데 글로버의 플로리다 집 바로 이웃에 SK 민경삼 운영본부장의 지인이 살았다. 이 루트를 통해 SK는 협상을 진행할 수 있어서 에이전트의 ‘장난’을 차단할 수 있었다. 북핵문제까지 들먹이며 글로버가 주저하자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 안면을 쌓았던 이만수 수석코치까지 동원해 결단을 끌어냈다.

○용병이 아니라 팀원

구단 전체가 나서서 데려왔지만 내심 성격을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야구는 잘했어도 안하무인이었던 레이번과 달리 글로버는 오자마자 한국 예절을 익혔다. 한국선수와 똑같이 훈련에 앞서 김 감독을 찾아가 모자를 벗고 문안인사를 올린다. 심지어 선발 옵션이 걸렸는데도 불펜 등판을 자원하기까지 했다. 8월 23일 KIA전인데 최희섭-김상현 두 타자를 전부 삼진으로 잡았다. KIA 양현종이 불펜 등판하는 것을 보고 의욕이 생겼단다. 김 감독을 직접 찾아가 승낙을 얻었다. 이에 앞서 글로버는 8월 4일 히어로즈전에서 4.2이닝 만에 강판된 적이 있다. 내내 말이 없던 그는 끝난 후 감독 면담을 요청했다. 김 감독은 그 이유를 설명했고, 글로버는 승복했다. “김 감독이 용병에 이렇게 관대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SK 사람들은 말한다.

○한국에서 익힌 포크볼

초반 글로버는 “구위는 좋으나 결정구가 없는 투수”란 내부적 평가를 들었다. 3주의 적응기간을 거쳐 김상진 투수코치 등 SK스태프는 글로버에게 서클체인지업을 권유했다. 그러나 워낙 손가락이 길고, 악력이 좋은지라 체인지업의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코치진은 그립을 바꿔 포크볼을 연마시켰고, 이것이 신무기로 떠올랐다. 포크볼을 본격 장착한 뒤 글로버는 8월 9일 KIA전 이후 6번 선발에서 모조리 7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이러다 일본가면 어쩌나”라고 기분 좋은 걱정을 하고 있는 SK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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